[窓]“장기 기증받아 새 삶… 저도 남 위해 살겠어요”

  • 입력 2009년 7월 3일 03시 00분


“다주고 간 장만기씨 감사”…수혜자들 기증릴레이 펼쳐

“‘혹시나’ 하는 기대도 잊은 지 오래인데, 장기이식 신청 7년 만에 연락이 오다니 꿈인지 생시인지….”

고(故) 장만기 씨(43)에게서 장기와 각막을 이식받은 6명의 수혜자들은 동아일보(1일자 A12면 참조)에 소개된 고인의 부인 곽선영(가명·41) 씨에 대한 기사를 읽고 감사의 뜻을 알려왔다. 오른쪽 신장을 기증 받은 김현정(가명·57·여) 씨는 연방 “감사하다”는 말을 되뇌며 울먹였다. 그는 곽 씨가 장기 기증을 결심한 다음 날인 23일 병원으로 옮겨져 이식수술을 받았다.

신장에 여러 개의 혹이 생기는 ‘다낭신종’을 앓아온 김 씨는 2002년부터 신장 기능이 마비돼 매주 2, 3회씩 서울대병원에서 인공투석을 받아 왔다. 치료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아 가족을 볼 낯이 없었던 김 씨는 “이렇게 평생 사느니 죽어버릴까”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는 “이제 다른 사람들처럼 정상적으로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갈 수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남은 인생을 나도 남을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25일 어머니(70)가 오른쪽 각막을 기증받은 박석구(가명·50) 씨는 수술 후 장기이식센터에 들러 자신의 장기는 물론 시신까지 기증하는 서약서를 썼다. 백내장으로 눈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된 어머니에게 새로운 삶을 준 장 씨에 대한 보답이었다. 박 씨는 “이전에는 장기이식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는 내 장기가 온전히 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증서약을 한 뒤 내 장기가 건강한 상태로 다른 사람에게 이식될 수 있도록 열심히 운동하면서 몸을 더 소중히 관리하게 됐다”며 “기증자와 그 가족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아직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인 김지연(가명·43·여) 씨는 기증자 소식에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재 김 씨의 왼쪽 가슴에는 고인의 심장이 뛰고 있다. 그는 “너무나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 씨가 앓고 있던 ‘확장성 심장 근육병증’은 심장근육의 수축·이완 능력이 떨어지면서 사망에 이르는 병이다.

수혜자들의 감사 이야기를 전해들은 곽 씨는 “모두 좋은 상태라니 다행이고 기쁘다”며 “남편의 눈과 심장이 모두 건강히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니 나도 큰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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