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깨고 가슴 뛰는 일을 찾아라”
주요 인사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본인은 물론이고 그 사람에게 투자한 기관이 입는 재정적 손실을 보상해주는 보험상품을 ‘키 퍼슨(Key Person)보험’이라고 한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이 보험의 주요 고객이지만 경영자 중에도 이 보험에 가입한 인물이 있다. 송명림 파맥스 오길비 헬스월드 대표가 그 주인공.
약사자격증을 가진 송 대표는 1997년 헬스케어전문 마케팅&리서치업체인 파맥스를 설립했다가 2007년 다국적 광고회사인 오길비&매더그룹에 회사를 매각했다. 당시 오길비는 두 가지 조건을 걸었다. 하나는 송 대표가 인수 후 최소 5년간 파맥스 오길비 헬스월드의 경영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송 대표의 업무 지속성과 관련해 100만 달러 이상의 보험을 들겠다는 조건이었다. 제약업계 마케팅 분야의 베테랑인 송 대표의 능력을 믿고 회사를 샀으니 그의 신상에 대한 위험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의미였다.
송 대표가 걸어온 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무한도전이다. 약대 졸업과 동시에 결혼한 그는 나름대로 편안한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대학원에 진학했고, 유학을 떠났으며, 회사를 설립하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요즘 젊은 세대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일을 정확히 알고 있는 모습은 보기 좋습니다. 저희 때는 사회나 부모가 요구하는 걸 먼저 생각했으니까요. 문제는 자기 주관이 뚜렷하면 그걸 밀고 나가는 힘도 커져야 하는데 주관만 커졌지 밀고 나가는 힘은 훨씬 작아졌다는 겁니다. 제 이력이 독특해서 약대에서 강의할 때가 많아요. ‘사회의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데 알량한 약사자격증만 믿고 있다가 큰코다친다. 지금이라도 가슴이 뛰게 만드는 일을 하라’고 강조합니다. 약사는 취업하기 쉽고 초봉도 높지만 거기서 더 올라가는 사람이 없어요. 안전지대를 조금만 벗어나면 훨씬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데 벗어나는 게 두려워 점프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남들이 하지 말라는 일을 먼저 하라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야 남들보다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좋다고 하는 길은 사실 가장 위험한 길입니다.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가 이렇게 휘청댈지, 월가 고액 연봉자들이 실업자가 될지 누가 알았습니까. 그런데도 사람들은 비싼 돈 내고 아이비리그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으려고 버둥대죠.”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도 여성 관리자들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리더 한 명을 키우려면 적어도 20년이 걸리는데 관리자 반열에 오를 풀 자체가 부족합니다. 여성 특유의 완벽주의도 문제입니다. 직급이 낮을 때는 완벽주의가 업무성과에 도움을 주지만 관리자일 때는 본인과 회사 전체의 성과를 저해합니다. 완벽주의는 자신과 같이 일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직원들도 ‘어차피 내가 해봐야 위에서 또 고칠 텐데 왜 열심히 해’라는 태도를 가지죠. ‘자신보다 그릇이 작은 사람만 쓰면 난쟁이왕국에 사는 격’이란 말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직원을 뽑을 때 제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만 뽑습니다. 말로 표현하면 적토마가 가득한 조직을 만들고 싶어요.”
―의사, 약사,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 주로 전문가를 상대로 일하시는데요.
“일반인을 상대로 일할 때보다 훨씬 힘들죠. 문전박대를 당할 때도 많아요. 화를 내는 사람 앞에서는 일단 수긍하는 게 최선입니다. 예컨대 만나러 간 사람이 다른 일로 화가 나 있을 때 ‘저라도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면 그분들도 ‘내가 요즘 힘들어서 엉뚱한 사람에게 화를 냈다’며 더 잘해줍니다.”
―일하는 엄마로서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조절하십니까.
“남편을 최대한 활용하라,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가능한 한 돈으로 해결하라, 가족의 중요한 순간은 반드시 함께하라는 세 가지 원칙을 지키려 노력합니다. 자기 계발을 하지 않는 엄마는 자신의 욕구를 자식에게 투영하기 쉽습니다. 그러면 엄마와 자식 모두 불행해지죠. 자녀의 역할모델이 될 수 있는 엄마야말로 가장 행복한 엄마가 아닐까요.”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송명림 대표는
1964년생으로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하고 홍익대에서 산업미술대학원 석사, 미국 캔자스대에서 예술사 석사학위를 받았다. 헬스케어 전문 리서치업체 IMS 데이터, 다국적 제약회사 MSD에서 경력을 쌓은 뒤 1997년 파맥스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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