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위구르족은 이 발표를 믿지 않았다. 수천 km 떨어진 외지로 돈벌이 하러 간 동족이 집단으로 한족에게 맞아 숨졌다는 소식은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면서 사망자는 수백 명으로 부풀려졌고 결국 민족감정에 불을 질렀다.
이번 사태는 극단적인 경우다. 하지만 중국인이 자국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는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달 초 발생한 후베이(湖北) 성 스서우(石首) 사건도 그랬다. 호텔의 젊은 요리사가 호텔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현지 경찰은 자살이라고 발표했다. 주민들은 믿지 않았다. 되레 호텔 지분을 가진 공무원들이 사건을 서둘러 덮으려 한다는 루머가 돌았다. 주민들이 격분했고 이는 수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로 발전했다. 경찰차가 뒤집혔고 화염병이 등장하는 격렬한 시위가 나흘째 이어졌다.
정부 발표에 대한 중국인들의 의심은 중국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중국 정부는 언론을 통제하면서 보여주고 싶은 것만 취재를 허용한다. 이번 우루무치 유혈사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당국은 사태 초기 외신기자들에게 숙박을 알선하고 교통편을 제공했다. 외신기자의 취재를 철저히 봉쇄한 지난해의 티베트 독립시위 때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7일에는 대표적인 피해 지역인 위구르족 거주지를 전격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의 위구르족이 외신기자들에게 억울함과 분노를 호소하면서 중국 정부의 의도는 꼬이기 시작했다. 시위대를 일방적인 폭도로 몰아붙인 중국 정부의 발표와 다른 사실이 세계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상황이 당초 의도와 달리 전개되자 7일 오후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인터넷과 국제전화가 끊긴 우루무치에서 수백 명의 외신기자는 20여 개뿐인 인터넷 회선에 의지해 이곳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중국 언론에 위구르족의 호소를 전하는 기사는 거의 없다.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막으면 유언비어가 생긴다. 이는 불신으로 이어져 더 큰 문제를 불러온다. 중국 정부는 이런 평범한 진리를 반세기가 지나도록 왜 깨닫지 못하는 걸까.―우루무치에서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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