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결전의 날엔 배를 불태우고 솥을 깨뜨려라

  • 입력 2009년 7월 11일 02시 59분


금융위기로 많은 기업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풍부한 자금, 아무도 넘볼 수 없는 핵심 기술, 뛰어난 인재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조직 구성원 스스로의 절박함과, 조직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행동하는 일체감이다.

한(漢) 고조 유방과 천하를 두고 다투던 초(楚)나라 항우는 결전의 날 전장에 도착하면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일부러 배(舟)를 불태우고(焚), 솥(釜)을 깨뜨렸다(破). 이처럼 절박한 상황에서 목표 달성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표현하는 모습을 손자(孫子)는 분주파부(焚舟破釜)라 일컬었다.

○ 항우는 왜 분주파부 전술을 사용했을까

어려움이 닥쳐도 믿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는 조직이나 개인은 위기 때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전쟁에서 져도 도망갈 때 활용할 수 있는 배가 있고,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식량이 있다고 생각하는 조직이 전력질주할 리 만무하다. 여기서 지면 끝이므로 반드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조직만이 전쟁에서 승리한다.

항우가 분주파부 전술을 사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병사와 장수들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일이야말로 가장 큰 무기였기 때문이다. 손자는 이와 비슷한 전술로 등고거제(登高去梯)도 언급했다. 전투 날짜가 결정되면 사람을 높은 곳(高)에 올려놓고(登) 사다리(梯)를 치우듯(去)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병사들이 ‘이 전쟁에서 지면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불굴의 정신력을 가질 수 있다.

○ 리더가 직접 일심동체 분위기를 만들어야

위기가 닥쳐올수록 조직 구성원의 일체감이 중요하다. 전쟁이든 경영이든 장수나 경영자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 없다. 전 구성원이 하나로 뭉쳐 목표를 공유할 때 나오는 힘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손자는 이런 군대를 오월동주(吳越同舟)와 상산(常山)에 사는 솔연(率然)이라는 뱀 이야기에 빗대어 설명했다.

“군대를 잘 운용하는 장군은 부대를 마치 솔연처럼 만든다. 솔연은 상산에 사는 영원히 죽지 않는 뱀이다. 누군가 뱀의 머리를 때리면 꼬리가 달려들고, 꼬리를 때리면 머리가 달려들며, 몸통을 때리면 머리와 꼬리가 동시에 달려든다. 그래서 솔연은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不死)의 뱀이 될 수 있다. 오(吳)나라 사람과 월(越)나라 사람은 서로 원수지간이다. 그러나 같은 배를 태워 강을 건너게 하면, 그들은 더는 원수가 아니라 같은 목표를 향해 진격하는 솔연으로 변할 것이다.”

가족 구성원이 똘똘 뭉쳐 있는 가정은 아무리 모진 풍파가 몰려와도 무너지지 않는다. 같은 의미에서 노사(勞使)가 하나로 뭉쳐 꿈을 공유하는 회사도 절대 망하지 않는다. 맹자는 “나라가 망하는 건 기상 조건인 천시(天時)도, 지형적 특성인 지리(地利) 때문도 아니다. 인화(人和)가 깨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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