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위 의석의 58.6%를 차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만 모두 참석했어도 의결정족수(과반수)를 채우고 남는다. 하지만 정의화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특사 자격으로 동행하느라, 윤상현 의원은 당에서 주최한 국정보고대회 안보강연 때문에 출석하지 못했다. 남경필 의원은 폭우 때문에 산회 직전에야 국회에 도착했다. 정몽준 이범관 의원은 지역구 일정을 이유로 결석했다. 자유선진당 박 의원은 “한나라당이 회의를 소집하고도 열지 못한 게 벌써 두 번째”라고 항의하며 퇴장했다. 박진 외통위원장은 결국 13일 회의를 다시 열기로 하고 산회를 선포했다.
동명부대가 유엔평화유지군으로 레바논에 파병된 기한은 18일로 만료된다. 그 전에 국회의 파병연장 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위헌 상태가 되므로 전원 철수해야 한다. 여야가 국회 파행에도 불구하고 15일 ‘원 포인트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것도 파병연장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시급한 국정 현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한나라당의 무능과 나태는 한두 의원의 잘못이 아니라 당 조직 전체의 나사가 풀려 생기는 현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3월 3일)에도 오후 7시 열릴 예정이던 본회의에 소속 의원 171명 중 103명만이 출석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 바람에 천금같은 2시간을 그냥 흘려보내 76개 상정안건 중 14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자유선진당과 함께 추경안을 통과시켰지만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예결위원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생겨 통과 자체가 무효로 됐다.
한나라당은 25일 끝나는 6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비정규직법 개정안과 미디어관계법안 등 시급한 법안을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호언하지만 그 같은 다짐이 관철될지 미심쩍다. 민주당이 반대하는 법안은 상정조차 못하고, 민주당이 반대하지 않는 법안은 스스로 지리멸렬해 처리하지 못하니, 국정을 책임진 집권여당이라고 부르기가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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