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장기 기증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문화적 인식 차이 탓만은 아니다.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옵트인(opt-in)제도를 장기 기증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장기 기증 희망자에 한해서만 기증 신청을 받는다. 생전에 장기 기증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사고로 죽거나 뇌사판정을 받았을 때 장기를 기증할 수 없다. 생전에 장기 기증을 약속했어도 부모나 배우자가 사후 반대한다면 불가능하다. 현재의 제도는 굳게 마음을 먹지 않은 사람 외에 잠재적인 장기 기증자를 늘리는 일이 쉽지 않다.
선진국에서 채택하는 옵트아웃(opt-out)제도는 장기 기증자를 늘리기에 좀 더 효과적이다. 거부 의사를 밝힌 사람을 제외한 전 국민을 잠재적 기증자로 간주하는 제도를 말한다. 자신의 장기가 기증되기를 원치 않는다면 거부 의사를 밝히면 된다. 이 제도는 장기 기증이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만들어 장기 기증 문화에 자연스럽게 동참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옵트아웃제를 시행하면 좋을까? 운전면허증에 장기 기증을 표시하는 제도로 바꾼다면 장기 기증에 좀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모든 운전면허증 취득자를 장기 기증자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장기 기증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장기 기증을 원치 않는 사람은 면허증 취득 시 거부의사를 밝히게 하면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세 이상의 한국 성인 68.5%가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며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경우가 사망원인의 6위를 차지하므로 옵트아웃 방식의 운전면허증 장기 기증 등록 제도를 채택한다면 장기 기증자는 현재보다 늘어날 것이다. 정부가 제도를 개선한다면 장기 기증 문화가 활성화돼서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동준 KAIST 기계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