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후보자는 아파트 매입 과정이나 부부동반 해외 골프, 부인의 리스 차 이용 행태를 볼 때 전형적인 ‘스폰서 검사’였다. 검찰총장은 사정기관이자 소추기관의 총수로서 바른 몸가짐과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정동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곧바로 청문회에서 드러날 내용조차 왜 파악하지 못한 것인지, 파악이 됐는데도 인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대통령에게 있었는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청와대는 인사 경위를 소상하게 밝히고 부실검증을 냉철하게 자성해야 한다.
천 후보자는 박모 씨에게서 아파트 구입자금으로 15억5000만 원을 빌렸으나 8억 원에 대해서만 은행 이자보다 싼 4%의 금리로 차용증을 써 주었다. 나머지 7억5000만 원은 은행에서 빌려 갚을 계획이었다고 했다. 민주당이 천 후보자를 포괄적 뇌물죄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청와대와 천 후보자로서는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천 후보자는 청문회도 불성실한 자세로 임했다. 그는 “박 씨와 해외여행을 같이 간 적이 없다.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탔는지는 모르겠다”고 답변했으나 네 명의 비행기표를 함께 결제한 카드 영수증이 나와 위증으로 드러났다. 박 씨는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자 이달 8일 일본으로 출국했다가 청문회가 끝난 뒤 귀국했다. 천 후보자는 국내 최고급 웨딩홀인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의 애스톤하우스에서 아들 결혼식을 했는데도 ‘서울 교외’에서 했다고 둘러댔다.
천 후보자는 2007∼2008년 수입 명세와 카드사용 명세 및 영수증 처리된 지출액수의 차액이 1억 원에 가까웠다. 검찰은 수입 명세에서 수사활동비와 직급보조비가 누락됐다고 해명했으나 수사활동비를 개인생활에 썼다면 더 문제다.
여당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그만하면 검소한 검사”라고 옹호했는데 서울 강남구 신사동 29억 원짜리 아파트에 살고 부인이 월 170만 원짜리 고급 리스 차를 타며, 부부동반 해외 골프여행을 가 3000달러짜리 핸드백을 사는 게 검소하단 말인가. 이런 인식을 갖고 있으니 ‘강부자당’ ‘웰빙당’ 소리를 듣는 것이다.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스폰서 검사가 천 후보자 하나뿐이었는지에 대해서도 국민은 의구심을 품게 됐다. 청와대는 추락한 검찰을 추슬러 바로 세울 수 있는 총장감을 찾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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