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삼성의 라이벌 구도 속에서 이들은 더욱 뜨겁게 맞붙었다. 센터였던 임정명은 포지션이 다른 슈터 이충희의 전담 수비수를 자청해 거친 몸싸움을 펼쳤다. ‘물과 기름’ 같던 이들 때문에 고려대 동문 모임도 반쪽으로 갈라졌다. 삼성 조승연 단장은 “하늘에 태양이 두 개 있을 수 없듯이 이들은 동시대에 존재하면서 불편한 관계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랬던 이충희와 임정명이 모교 고려대 감독 자리를 둘러싼 갈등에 휘말렸다. 임 감독이 강압적인 팀 운영에 따른 선수와 학부모들의 반발로 5월 말 물러난 뒤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이 감독 역시 선수 폭행 시비에 휘말려 고소까지 당했다.
학교 측은 임 감독에게 해임 통보도 하지 않았고 이 감독에게는 정식 발령도 내지 않아 혼선을 부추겼다. 임 감독은 연말까지 계약기간이 남았다며 숙소 방도 비우지 않았다. 이 감독은 협회에 등록이 안돼 다음 주 데뷔전에서 벤치에 못 앉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화려한 스타 시절과 달리 지도자로는 아직 빛을 못 보고 있다. 선수 부모의 지나친 입김과 학교 측의 어설픈 행정력에 감독직이 흔들린 것도 비슷하다. 30년 넘게 얽히고설킨 이들의 인연은 퍽 질긴 것 같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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