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공정 시험의 한 거점’ 같은 메가스터디

  • 입력 2009년 7월 18일 03시 00분


국내 최대 온라인 사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가 고교 교사 2명을 통해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지를 사전에 빼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학교에 배포된 연합평가 문제는 시험 당일 해당교시 시험이 시작될 때 개봉하게 돼 있으나 서울 강남의 A 교사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시험 전날에, 경기 성남시 분당의 B 교사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당일 오전 8시경 문제지를 메가스터디에 전해주었다. 올 3월 EBS 외주제작사 PD가 문제지를 학원에 건네준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이번에는 현직 교사들까지 문제지 유출에 개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교육의 상혼(商魂)이 교사들까지 타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중에는 학원과 학교, 교육당국이 공생(共生)하는 3각 커넥션에 관한 소문이 파다하다. 한 번 ‘족집게 학원’으로 입소문이 나면 학생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사교육업체는 기를 쓰고 문제지를 구하려 든다. 메가스터디 측은 시험이 끝난 뒤 바로 문제풀이 동영상을 인터넷에 내보내기 위해 문제지를 넘겨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수험생들에게 사전에 전달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찰은 수사할 필요가 있다. 메가스터디는 2000년 인터넷 대입강의를 시작해 2008년 매출 2000억 원을 올렸다. ‘최고의 교육 콘텐츠’로 성공을 일궜다고 스스로 자랑하던 메가스터디의 명성에 흠이 갈 수밖에 없다.

관리 감독에 소홀했던 교장과 교육청의 책임이 막중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사교육비 대책을 강조하며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학원의 영향력이 크냐고 물었다. 안 장관은 “저는 영향을 받은 적이 없다”고 대답했지만 교사와 교육 관료들을 잘 챙겨야 할 책무가 있다.

교사들은 학교교육 수준을 낮은 상태로 방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교육업체의 장사를 돕고 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문제를 빼돌려 학원에 제공했다. 교육 수요자의 요구에 못 미치는 학교, 교육개혁을 미적대는 정부와 관료, 사교육업체와 유착한 교사가 사교육을 키우는 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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