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노총 탈퇴 95% 찬성’ KT 노조, 옳은 길 택했다

  • 입력 2009년 7월 18일 03시 00분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 노동조합이 어제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95%의 압도적 찬성으로 민주노총을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조합원 3만여 명인 KT 노조는 민노총 산하 노조 가운데 현대자동차(노조원 4만5000여 명), 기아자동차(3만500여 명)에 이어 노조원 수가 세 번째로 많다.

1995년부터 민노총 창립 멤버였던 KT 노조가 민노총과 결별해 독자노선을 걷기로 한 것은 지나친 정치투쟁과 내부 정파싸움에 골몰하는 민노총의 행태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KT 노조는 “갈등과 대립의 노사관계를 뛰어넘어 상생과 연대의 노동운동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KT가 노동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기를 기대한다.

사측의 경영개혁 움직임도 활발하다. KT는 올해 1월 이석채 사장(현 회장) 취임 후 자체 감찰을 벌여 협력업체에서 뒷돈을 받은 임직원들을 4월 검찰에 고발하며 투명성 강화에 나섰다. 6월 하순에는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대금을 100% 현금 결제하기로 하는 상생방안도 내놓았다. 포스코와 함께 ‘민영화된 공기업’의 양대 축인 KT 노사가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 투명성 합리성 효율성을 갖춘 새로운 ‘KT 모델’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민노총은 “KT 사측이 노조의 찬반투표에 개입하면 불매운동은 물론이고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 “KT 노조의 자주적 단결권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노사를 싸잡아 비난했다. 민노총이 조합원들의 용기 있는 결단을 깎아내리려는 구태가 한심하다. KT 노조도 “민노총의 주장은 KT 노조의 자주성과 합법성을 의도적으로 훼손하는 악의적 비방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민간 및 공공부문 노조의 민노총 탈퇴가 잇따르는 것과 달리 공무원 3개 노조는 12월까지 통합해 민노총에 가입할 예정이다. 통합 공무원노조 조합원은 11만 명이 넘는다. 공무원은 노조원이기 전에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공복(公僕)이다. 공무원들이 걸핏하면 법치(法治)를 짓밟고 불법폭력시위도 서슴지 않는 민노총의 지침에 따라 행동하겠다는 것을 수긍할 국민이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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