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은? “꽃남꽃녀보다 소탈남녀”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한국갤럽 2004~2009년 비교 조사

자고 일어나자 스타가 됐다는 말도 있지만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스타도 많다. 그만큼 연예인들의 인기는 종잡을 수 없다.

한국갤럽은 2004년 첫 조사 후 5년 만인 올 7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꾸준히 주목받은 스타들도 있었지만 저문 별과 뜬 별도 많았다. 조사는 2004년 5월 1728명, 올해 1704명의 10대 이상 전국 남녀를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을 통해 개그맨 가수 영화배우 탤런트 등 4개 부문으로 이뤄졌다.

○ 소통 중시… 편안하고 친근한 스타 선호

유재석은 개그맨 부문에서 21.3%의 지지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강호동(11.9%)의 2배에 가깝다. 가수, 영화배우, 탤런트 부문에서는 10% 넘게 지지를 받은 스타가 없어 20%대인 그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유재석은 5년 전엔 고 이주일(6.5%), 신동엽(6.1%)에 이어 3위(5.3%)에 그쳤지만 이번엔 4배 가까이 인기를 끌어올렸다.

가수 부문에서는 장윤정(7.4%)이 1위를 차지하며 신규 진입했다. 5년 전 1위였던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4.2%)는 4위로 떨어졌다. 영화배우 부문에서는 안성기(9.2%)가, 탤런트 부문에서는 김혜자(6.1%)가 1위를 차지했다.

가장 인기 있는 스타로 꼽힌 유재석, 장윤정, 안성기, 김혜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한국 사회가 무난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조각 같은 미남미녀보다는 인간적으로 소탈하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것 같은 친근한 스타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급격한 사회 변화도 ‘편안한 스타’의 탄생 배경을 마련했다. 실시간 인터넷 기사, 블로그, 미니홈피, 트위터까지 정보기술의 발달로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빠르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 씨는 “스타에 대한 신화가 무너졌다”며 “사생활 등을 감출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연예인이 앞으로도 인기를 많이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유재석-장윤정-안성기-김혜자 1위

영화배우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변화를 찾기 힘들었다. 안성기를 비롯해 송강호(6.3%) 장동건(5.4%) 설경구(5.2%) 신성일(3.9%) 정우성(1.7%) 등 1∼6위를 차지한 배우들은 5년 전에도 10위 안에 있었다.

영화평론가 황영미 씨는 “영화가 스타 캐스팅 위주로 흐르며 영화배우의 선호도가 고착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흥행을 하고, 그 성공을 교훈 삼아 다시 스타를 캐스팅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새 스타가 탄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배우의 약세도 이어졌다. 5년 전 10위 안에 여배우는 없었고, 이번에도 김혜수(1.8%)만 10위에 간신히 이름을 올렸다. 황 씨는 “영화의 주 관객이 여성인 데다 여배우 주연 영화도, 흥행 영화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탤런트는 선호도 1∼10위의 지지율 합이 25.8%에 그쳐 뚜렷한 ‘안방 스타’를 찾기 어려웠다. 주말, 미니, 일일, 아침, 대하, 스페셜, 시트콤 등 드라마 장르가 세분되면서 여러 배우가 고루 사랑을 받았다.

○ 영화는 스타고착, 탤런트는 ‘고만고만’

가수 부문에서는 ‘아이돌 가수’의 폭넓은 인기가 눈에 띄었다. 빅뱅은 30대와 40대 지지도에서 각각 4위에 오르면서 전체 2위(6.8%)를 차지했고, 소녀시대와 손담비도 30대의 지지를 끌어내며 각각 5위(4.0%)와 공동 8위(3.0%)에 올랐다. 아이돌 스타의 적극적인 예능 프로그램 진출이 중장년층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5년 전과 비교해 순위가 대폭 떨어진 연예인들도 있다. 개그맨 신동엽은 2위에서 공동 34위(0.3%)로, 탤런트 이영애는 2위(3.5%)에서 공동 18위(0.9%)로, 권상우는 3위(3.3%)에서 공동 55위(0.3%)로, 가수 비는 3위(5.0%)에서 12위(2.5%)로 내려갔다.

정지연 한국갤럽 기획조사실 부장은 “조사 시기에 마침 활동이 활발하지 않고 출연작이 잇달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순위가 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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