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적으로 사람들은 100원의 이익보다는 50원의 손실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여기에 재테크의 가장 중요한 함정(?)이 숨어 있다. 그래서인지 속된 표현으로 수익이 난 ‘먹은 펀드’는 해지하고 손해를 보고 있는 ‘물린 펀드’는 본전이 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개별종목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가격이 올라간 종목을 팔고 떨어진 종목은 일단 기다린다. 수익을 보면 단기투자를 하고, 손해를 보면 장기투자를 하는 것이다.
경험으로 미뤄 볼 때 수익률이 나쁜 펀드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잦은 펀드매니저 교체로 포트폴리오가 뒤죽박죽되었거나 펀드매니저의 자질이 함량 미달인 때도 많다. 장기투자 철학도 없이 시장의 지표들만 따라다니는 펀드매니저가 적지 않은 현실에서 단기 수익률만 보고 가입한 펀드들은 장기적으로 투자자의 속을 썩일 확률이 높다. 특히 인기가 높았던 일부 해외펀드는 이미 그 나라의 미래 성장 가능성까지 모두 반영돼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가격대에 투자자들이 몰린 사례도 많다. 이런 펀드 중엔 도대체 언제쯤 본전을 찾을 수 있을지 기약 없어 보이는 것도 상당수다.
개별종목 투자도 비슷하다. 정말 좋은 종목이라면 가격 상승의 시동이 걸렸을 때로부터 6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상승해 2, 3배의 수익률을 내는 일이 많다. 때로는 ‘신고가’가 출현한 다음부터 발동이 걸려 수익률이 수직으로 뻗어 올라가는 사례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투자자는 20∼30% 정도 상승하면 수익을 현실화하기 위해 주식을 팔아버린다. 반대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종목은 기다리면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고 팔지 않는다. 손해를 본다는 것이 끔찍해서 팔지 못하고 마냥 기다리는 예도 많다.
미국에선 전해에 가격이 올랐던 종목에 꾸준히 투자한 것이 가격이 떨어진 종목에 투자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를 냈다는 보고서가 있다. 이익이 난 펀드나 주식을 팔고 손해를 본 펀드와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상당수 투자자의 패턴이라면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투자에 있어서만큼은 다수의 선택과 반대로 가야 하는 것이 영원불멸의 법칙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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