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아키하바라(秋葉原) 한복판에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몰려 있었습니다. 휴대전화 판매 상점으로 보이는 그 속에는 카시오의 ‘익슬림’, 샤프의 ‘아쿠오스’를 비롯해 소니에릭손, ‘au’ 등 다양한 휴대전화(사진)가 몇 개의 바구니에 나뉘어 담겨 있었습니다. 상품 가격은 100엔(약 1312원). “이렇게 싸다니….”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봤습니다. 그런데 제품 하나를 들어보니 부품이 몇 개 빠진 듯 가벼웠고, 전원은 켜지지 않았습니다. “고장 난 제품인가”라고 생각하는 순간 바구니 옆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휴대전화 전시용 샘플 컬렉션.’
도쿄 최대 전자상가인 아키하바라. 하루에도 수십만 명이 최신 전자상품을 보러 들르는 이곳에 최근 ‘휴대전화 모조품’ 코너, 이른바 ‘게이타이(휴대전화) 모크’가 뜨고 있습니다. ‘모크’는 실물 크기의 모형을 뜻하는 영어 ‘mock-up’의 준말로, 정품 휴대전화의 전시용 모조품을 뜻합니다. 바구니 밑에는 ‘통화, 문자메시지 전송, 멀티미디어 모두 불가능’, ‘정품 아님’ 등의 안내문도 붙어 있었습니다. ‘아이폰’ 휴대전화의 경우 플라스틱으로 만든 모조품 도난사건이 자주 일어나면서 최근에는 더 값싼 종이로 모조품을 만든다고 합니다.
‘무용지물’과도 같은 이 제품이 인기리에 판매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게이타이 모크 매장의 한 직원은 “처음엔 샘플을 처분하기 위해 내놨지만 지금은 구형 모델을 ‘수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수집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냥 버리기 아까워 100엔에 팔려고 내놓았는데, ‘게이타이 모크’ 매장까지 이어진 셈이죠.
김범석 산업부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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