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타자의 경우 투수들이 고의4구를 자주 허용하지 않는다. 대부분 정면승부를 택한다. 그런데 예외인 타자가 있다. 바로 시애틀 매리너스 스즈키 이치로다. 올 시즌 현재 고의4구 11개로 아메리칸리그 선두다. 내셔널리그에서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앨버트 푸홀스가 36개로 메이저리그 최다 고의4구를 기록 중이다. 푸홀스는 워낙 강타자인 터라 정면승부를 피하는 게 오히려 훨씬 낫다. 결국 세인트루이스는 푸홀스를 보호하기 위해서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맷 할러데이를 오클랜드에서 영입한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2001년 데뷔한 이치로는 통산 138개의 고의4구를 얻었다. 톱타자로서는 매우 높은 수치다. 다른 톱타자들은 이렇게 많은 고의4구를 얻지 못한다. 이 부분 톱은 단연 배리 본즈다. 2004년 무려 120개의 고의4구를 얻었다. 그럼에도 45개의 홈런을 때린 적이 있다. 2001년 한 시즌 최다 73개의 홈런을 기록했을 때는 고의4구가 35개에 불과했다. 정면승부하다가 홈런을 얻어맞은 셈이다.
역대 기록에서도 본즈는 688개로 메이저리그 최다 고의4구를 기록했다. 본즈 전 최다 홈런(755개)을 작성했던 행크 애런은 통산 고의4구가 293개에 불과하다. 본즈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한 시즌에 한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는 이치로가 시즌 평균 15개의 고의4구를 얻은 반면 홈런타자가 단 1개의 고의4구도 얻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다. 바로 1961년 뉴욕 양키스의 슬러거 로저 매리스가 주인공이다. 매리스는 1961년 한 시즌에 무려 61개의 홈런으로 베이브 루스의 시즌 최다 60홈런을 경신한 강타자였다. 하지만 매리스는 이 해에 단 1개의 고의4구도 없었다. 다음 타자 미키 맨틀 때문이었다. 투수들은 다음 타석에 맨틀이 버티고 있어 매리스와 정면승부를 했다. 맨틀은 1961년 54개의 홈런을 때렸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은 이치로와 정면승부를 택했다.
LA | 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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