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남윤서]유치원-어린이집 일원화 논의가 먼저다

  • 입력 2009년 8월 11일 03시 03분


지난달 20일 서울시교육청으로 서울 시내 사립 유치원 원장들이 몰려 왔다. 원장들은 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교육감님, 사립 유치원 꼭 도와주세요’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떠들썩하게 시위를 벌였다. 원장들을 거리로 나오게 한 것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서울형 어린이집’이었다. 서울시는 4월 서울형 어린이집 1125곳을 지정해 운영을 시작했다. 서울시가 보증하는 싸고 좋은 어린이집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도 벌였다.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지자 지난달에는 서울형 어린이집 확대를 발표했다.

서울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당장 원생들을 뺏기게 될 위기에 처한 유치원 원장들로서는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됐다. 원장들의 시위는 즉각 효과를 나타냈다.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시교육청은 6일 공립 사립 유치원 원장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치원 홍보 태스크포스(TF)팀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시교육청은 유치원 홍보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시설인 유치원과 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이 엄연히 다른데 학부모들에게 홍보가 잘 안돼 있다”며 “차이를 알려야 할 필요를 느꼈다”고 말했다.

유치원은 교육과학기술부 소관으로 유아교육법에 의한 학교로 규정돼 있는 반면 어린이집은 보건복지가족부 소관으로 영유아보육법에 의한 보육시설로 규정돼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갈등은 2004년 유아교육법에서 유치원이 학교로 정의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어린이집연합회 등은 유치원이 법으로 학교 지위를 갖게 되면 어린이집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어린이집 보호를 요구했다. 하지만 올해 출산과 보육이 사회적 관심을 얻게 되면서 상황이 역전돼 이제는 유치원이 오히려 수세에 몰리게 됐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갈등이 각각의 관리주체인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의 홍보 대결로 비화되고 있지만 학부모들로서는 아이를 유치원과 어린이집 어느 곳에 보내느냐에 차이가 없다. 어느 기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관련법과 주무부처가 달라질 뿐 두 기관 모두 유아 교육과 보육 기능을 동시에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임해규 의원(한나라당)은 만 3∼5세 무상 의무교육을 위한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다음 달에 발의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도 만 5세 의무교육안에 대해 관계 부처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모두 의무교육 대상을 기관별이 아닌 연령 기준에 따라 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무교육안을 논의하기 전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먼저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갈려 벌이는 홍보전은 학부모만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남윤서 교육복지부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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