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기에 미국이나 유럽의 공무원이 한 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아난드 샤르마 인도 상공장관(사진)이 7일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한 말입니다. 이날 한국과 인도는 자유무역협정(FTA)과 유사한 CEPA에 공식 서명했죠.
서명식이 열린다는 말을 듣고 ‘인도가 왜 한국과 자유무역을 하려고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국은 인도에 자동차부품 선박 등 공산품을 주로 수출하기 때문에 관세가 사라지면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됩니다. 반면 인도는 한국에 원자재 사료원료 등을 수출하는데 규모가 작은 데다 관세도 낮아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통상교섭본부 협상 당국자에게 물어봤더니 “왜 한국과 하려는지 우리도 잘 모르겠다”는 맥 빠진 답이 돌아오더군요.
하지만 샤르마 장관의 말을 듣고 나니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도를 ‘인구가 많은 자원부국’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이미 인도는 ‘아웃소싱의 메카’로 불릴 정도로 빠르게 경제체질을 바꿔가고 있습니다.
인도에는 약 100만 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이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들은 정보기술(IT) 서비스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법률 자문, 회계, 경영컨설팅 등 고급 서비스로도 점차 진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서비스 수지는 심각한 적자입니다. 특히 법률, 회계 등 사업서비스 분야는 올 상반기에만 72억2000만 달러의 적자로 사상 최대입니다. 스스로를 ‘지식기반 서비스 경제’로 자부하는 인도의 시각으로 볼 때 한국은 ‘제조업 강국’일 뿐입니다.
장원재 경제부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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