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비스산업 進入장벽 낮춰야

  • 입력 2009년 8월 12일 02시 50분


국내에서는 의료기사법에 따라 안경사 면허 없이는 안경원을 열 수 없다. 공중위생관리법은 이·미용업 면허가 없으면 이·미용업소를 개설할 수 없도록 했다. 목 좋은 곳에 점포를 가졌거나 자본이 있는 사람이라도 면허 없이는 안경원이나 이·미용업소를 차릴 수도 없고, 자격사를 고용해서 영업할 수도 없다. 면허가 있어도 단 한 곳에만 점포를 낼 수 있다. 전문자격사들이 기득권을 지키고 시장을 나눠먹기 위해 진입규제의 높은 성(城)을 쌓아올렸기 때문이다.

도시가스 공급업을 하려 해도 기존 사업자의 공급지역과 겹치면 안 돼 새 사업자가 나오기 어렵다. 30년째 유지되는 법적 진입장벽의 뒤에서 기존 사업자들은 서울 5개, 전국 32개 권역을 사이좋게 나눠 갖고 있다. 보증보험시장에서 10년째 독점 영업을 하는 서울보증보험은 최근 3년간 연평균 3600억 원의 흑자를 냈다. 시장상황은 바뀌었는데도 생산자를 보호하는 진입규제를 그대로 유지하다 보니 소비자 권익이 침해받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진입규제 장벽을 낮추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커진다. 사업자 간 경쟁이 활발해져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좋아지고 가격은 내려가기 때문이다. 일자리도 더 많이 만들어진다. 경영 수완이 좋은 전문경영인이 안경사를 여럿 고용해 전국에 점포를 내면 안경 가격을 낮출 여지가 생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서비스산업의 뿌리 깊은 진입규제를 대폭 낮춰 소비자 권익을 확충하고 고용을 창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작년 9월에도 전문자격사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발표했지만 추진이 더디다. 올해는 경제운용방향을 통해 밝힌 대로 서비스산업 진입규제 완화의 구체적 일정을 공개하고 차질 없이 집행해 나가야 한다.

독점에 매달리는 전문자격사들은 우물 안의 개구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세계 주요시장과의 FTA에 따라 국내 서비스 시장이 내년 이후에 단계적으로 개방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진입장벽에 기댄 독점은 FTA 시대에 불가능하다. 전문자격사들은 스스로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의사 약사 변호사 설계사 공인회계사 등 직업면허는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지나치게 엄격하게 운용되면서 경쟁을 제한하는 생산자 보호 수단으로 전락했다. 전문자격사들은 진입규제를 완화하면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올 것이라며 반발하지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핑계로 들린다. 헌법재판소는 2002년 9월 약사만 약국을 개설할 수 있게 규제하는 약사법 제16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전문자격사 제도와 공급자 독점 구조는 소비자의 욕구 변화와 시장의 변화에 맞춰 계속 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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