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정건전성 관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입력 2009년 8월 12일 02시 50분


국회 예산정책처는 어제 심재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공개한 ‘2008 회계연도 결산분석 보고서’에서 수요 예측이 부실했거나 유사 중복된 재정사업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목포 신항(新港)과 인천국제공항철도 사업, 에너지절약시설 설치사업, 가고 싶은 섬 시범사업 등이 부실한 계획으로 예산 낭비가 발생한 대표적 사업으로 꼽혔다.

한국은 최근 10여 년간 빠르게 국가채무가 늘어나고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 1997년 60조 원에 머물렀던 국가채무는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2002년 133조 원으로 증가했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퇴임 직전인 2007년 국가채무를 298조 원으로 늘려놓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국가채무 비율은 1997년 12.3%에서 2002년 18.5%, 2007년 30.7%로 크게 높아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글로벌 경제위기 대처과정에서 재정의 역할이 커지면서 올해에는 국가채무가 366조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작년에 30.1%로 다소 낮아졌다가 올해 35.6%로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이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을 총동원해 경기부양에 나서는 현실에서 재정 건전성이 일정 부분 훼손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넓은 의미의 국가채무로도 볼 수 있는 정부보증 채무가 2002년 102조 원을 넘었다가 올해 27조 원으로 줄어든 것도 다행이다.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 재정악화 문제를 들어 당시 정부 여당을 비판했다. 하지만 요즘 현 집권세력의 인식이나 행태를 보면 공수(攻守)만 바뀌었을 뿐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변명과 별 차이가 없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80%와 비교할 때 현저히 낮다”는 주장은 지난 10여 년간 당시 정권이 되풀이하던 말이다.

재정건전성의 본격 관리는 경기가 확실한 회복기에 접어든 뒤 가능하겠지만 세입과 세출을 잘 따져 예산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까지 늦출 수는 없다. 정부 여당은 각종 재정사업의 예산 누수(漏水)를 막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과거 두 정권 때 공적자금 투입 및 지역균형발전 사업 등으로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과정에서 불요불급한 곳에까지 나랏돈이 펑펑 새어나가 재정을 더 악화시킨 사실을 잊지는 않았을 것이다. 건전한 재정은 위기가 닥쳤을 때의 마지막 버팀목이다. 아무리 상황이 급해도 치밀하고 보수적인 관리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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