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교류의 장, 국제우주대학
SSP에는 전 세계 35개국의 다양한 분야에서 온 학생 130여 명이 참여한다. 수업과 여러 가지 활동을 시작하면서 가장 신선했던 점은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이 전체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언제든 국제행사에 가면 반 이상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었음을 생각하면 정말로 전 세계가 뒤섞인 곳임이 분명하다. 모든 수업이나 의사소통이 영어로 이뤄지긴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영어를 어렵게 느낀다는 사실만으로도 처음에는 좀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학생과 교수에게 천천히 말하기를 당부하거나, 단지 영어를 능숙하게 한다는 이유로 대화를 주도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상황이 놀랍기도 하고, 정말 국제적으로 열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이구나 하는 느낌도 받았다.
우주와 관련해 이런 것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업 내용은 정말 다양했다. 우주법 우주정책 우주경제 우주산업 등 우주와 관련되지 않은 분야를 찾는 일이 더 힘들 만큼 수많은 분야가 우주와 관계돼 있고, 우주 개발을 위해 쓰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또 부족했거나 미처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물론 학교의 여름학기 행사라 수업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하는 시험도 빠뜨리지 않았다. 너무나 오랜만에 다시 학생이 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곳에 모인 학생 중에 내가 유일한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같이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없어 외롭다는 점도 있겠지만, 훨씬 더 큰 이유가 있었다. 35개국에서 이곳으로 교육을 받으러 온 학생들을 보면 법, 정책 관련 분야의 학생, 국제변호사부터 실제로 우주 발사체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 위성 개발을 주도하는 매니저까지 구성원이 다양하다. 두 달 동안의 교육이 당장 우주 분야의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지는 못해도 이곳에서 알게 되는 우주에 대한 지식은 물론 여러 나라에서 우주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동료들과의 네트워크가 미래 우주기술의 초석이 되리라 믿고 여러 국가의 우주청과 기업들이 지원하는 것이다.
20여 년 계속된 ISU의 SSP에 참여한 한국인은 10명이 안 된다고 들었다. 일본과 중국이 해마다 예닐곱 명의 학생을 꾸준히 보내고 교육시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아주 작은 숫자다. 이곳에 오기 전 우리나라 학생이 적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아직 우리나라에는 큰 우주 관련 기업도 없고, 정부기관으로서 우주청이 없는 상황이라 그렇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니 우리보다 훨씬 더 늦게 우주 분야에 뛰어든 나라,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뒤처졌다고 느껴지는 나라까지도 꾸준히 학생을 선발해서 지원하는 상황이었다. 우주와 관련된 기업이 아니어도 미래 우주기술을 이끌어갈 젊은이를 키우는 데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하는 외국 기업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우리나라 기업이 우주에 더 관심을 갖고 투자를 했으면 하는 바람도 들었다.
학생 많이 보내 시야 넓혀줘야
비록 우주 선진국들보다는 늦게 시작했지만 꾸준히 인공위성을 개발하고 발사하는 대한민국, 이제 곧 우리 땅에서 우리가 만든 나로호로 우리 위성 발사를 준비하는 대한민국, 그래서 뒤늦게 시작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우주 분야를 함께하는 나라를 놀라게 하는 대한민국. 이런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가 내년 SSP에는 좀 더 많이 참여해 여러 나라 학생과 함께 공부하고 교류할 수 있기를, 그리고 꾸준히 다른 여러 나라와 우주를 공유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해본다.
이소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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