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무역적자는 1965년 대일 청구권 자금으로 일제 기계를 들여오면서부터 확대 고착되기 시작해 외환위기 때를 포함한 몇 해를 빼곤 해마다 증가했다. 우리가 수출을 하면 할수록 일본 부품과 소재를 많이 사와야 하기 때문이다. 부품 소재 산업의 대일 무역적자는 2001년 105억 달러에서 2006년 156억 달러, 작년엔 209억 달러로 늘었다. 작년 대일 무역적자 327억 달러 중 부품 소재 부분이 무려 64%였다. 양국의 소득 및 수입이 증가하는 한 대일 무역적자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란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20년 전 일본의 한 경제평론가는 한국의 처지를 ‘가마우지 경제’라고 표현했다. 목에 줄이 감긴 물새 가마우지가 잡은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고 낚시꾼에게 빼앗기는 것에 빗댄 말이다. 우리가 완성품을 많이 수출해도 부품 소재 기계와 특허를 일본에 의존하다 보니 속빈 강정 신세가 된다. 수출의 열매인 성장과 고용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어느덧 광복 64주년을 맞았지만 대일 ‘가마우지 경제’에서 벗어나 ‘경제독립’을 앞당기자면 경제주체들이 더 단단한 각오로 합심 노력해야 한다. 정부부터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경제 산업 과학기술 정책 등에 구석구석 반영해야 한다. 정부는 연초 ‘부품 소재 산업을 현재 세계 7위에서 2012년 5대 강국으로 진입시킨다’는 발전계획을 제시했다. 말에 그치지 말고 일본과의 비교 열위를 극복할 구체적 전략과 액션플랜을 가시화해야 한다.
자칫하다간 부품 소재 산업에서 대일 열세는 만회하지 못하고 대중(對中) 우위만 잃을 수도 있다. 부품 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경제 위기를 맞아 매물로 나온 제3국의 관련기업을 적극 인수합병(M&A)할 필요도 있다. 경쟁이 확대되는 녹색기술에서도 일본에 더 뒤지지 않도록 선제적 투자에 힘쓸 일이다. 일본 내수시장을 공략하고 일본인 관광객 유치로 서비스수지 흑자를 늘리는 등의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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