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KT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강원 태백시 오투리조트 601호는 하루 세 번 식당으로 변한다. 신기성 조동현 최민규 등 KT 선수들은 1300m 고지의 가파른 경사를 10km 가까이 뛰고 매일 3시간 넘게 체육관에서 전술 훈련으로 굵은 땀방울을 쏟는 강행군을 한다. 고된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 밥과 반찬을 게 눈 감추듯 해치운다.
식사 준비는 찬모(饌母) 양수경 씨(55)의 몫이다. 양 씨는 2000년 KT의 전신인 코리아텐더 시절부터 꼬박 10년째 선수들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그는 선수들에게 ‘제2의 어머니’로 불린다. <양 씨는 전지훈련 준비를 위해 부산 숙소와 원주 KT 연수원에 있던 냄비, 그릇 등을 챙겨왔다. 농구단 식사 담당을 하면서 1년에 7, 8개월은 객지 생활을 하고 있다. 여수 연고였던 코리아텐더 때에는 모기업의 부도로 어려움이 많았다. 당시 선수를 다른 구단에 팔아 운영비를 썼을 정도여서 외상으로 식재료를 사기도 했다. 푸짐하게 반찬을 마련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그래도 객지에서 생일을 맞은 선수에게 미역국은 빼놓지 않았다. 이제는 사정이 좀 나아졌다. 코리아텐더 시절 700만 원 정도였던 월 부식비가 요즘은 3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양 씨는 4월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선수들이 눈에 밟혀 캠프에 동참했다. “지난 시즌은 우리 팀이 꼴찌를 해서 속이 탔어요. 전창진 감독님이 오시고 분위기도 좋아졌으니 앞으로 달라질 것 같아요. 선수들이 잘할 때 큰 보람을 느끼죠.”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