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명 박물관들과 비교해보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조금은 설명이 될 것 같다. 2002년 7월 개관한 미국 워싱턴의 국제스파이박물관을 보자. 이곳은 각국의 첩보원들이 쓰던 다양한 장비 등을 관람객들이 직접 만져보고 작동할 수 있어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관람객들이 ‘임박한 세계 핵전쟁을 제어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스파이가 될 수도 있다. 특별 효과음과 영상효과는 물론이고 임무수행 평가까지 받을 수 있는 시뮬레이션(가상체험) 게임에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2달러(약 2만7000원)라는 만만찮은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인기 비결은 박물관을 단순한 전시장이 아닌 입체적인 ‘체험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
해외 유명 박물관들이 갖고 있는 또 다른 공통점은 주변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크고 작은 박물관들은 프랑스의 루브르나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명성에는 못 미치지만 주변 각종 명소와 맛집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러나 DMZ박물관은 상당한 규모(연면적 1만759m²)에다 들인 비용(445억 원)에 비해 그 같은 ‘공통분모’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단 관람객들은 민통선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는데 신원확인 절차를 거치고, 안보교육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강원도 관계자는 “현장감을 주기 위해 민통선 안에 박물관을 건설키로 했다”며 “개관 전 검문소 위치를 딴 곳으로 옮겨 관람객들의 불편함을 줄이려 했지만 국방부와의 합의가 여의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DMZ박물관에 들어가려면 통일전망대 입장권을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점도 개선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물관 측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어떤 대안을 내놓겠다는 것인지 궁색해 보였다.
이참 신임 관광공사 사장은 한국 관광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스토리텔링’ 기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반가운 이야기지만 이미 갖고 있는 하드웨어를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갖추는 것, 편리한 관광 여건을 갖추는 것이 ‘스토리텔링’에 앞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정안 산업부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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