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은 기본적으로 전쟁에 대비한 조직이다. 전쟁에 대비한 훈련은 당연하다. 침략을 위한 공격훈련이냐, 침략에 대비한 방어훈련이냐가 문제다. UFG의 연원을 보면 방어훈련임이 명백하다. 6·25전쟁 휴전 이듬해인 1954년부터 유엔군사령부 주관으로 ‘포커스렌즈’ 연습을 실시했고, 1968년 북한 특수부대의 1·21 청와대기습사건을 계기로 ‘을지연습’을 시작한 뒤 UFG로 이어졌다. 친북세력들의 전쟁연습 주장은 국군과 미군이 북침을 위한 공격 훈련을 벌이고 있다는 생떼일 뿐이다.
▷이번 훈련에는 국군 5만6000여 명과 미군 1만여 명이 참가하지만 컴퓨터 워게임 형태로 진행된다. 올해는 북의 사이버 공격과 민간인에 대한 폭탄 및 화생방 테러에 대비한 훈련을 추가했다. 북의 갖가지 도발 위협이 계기가 됐다. 지난달 유엔사는 이번 훈련의 내용을 관례대로 북측에 통보했다. 그러나 북은 이를 ‘핵전쟁 연습’이라면서 특별경계태세를 발동하고 “무자비한 섬멸적 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친북세력들은 북한과 손발을 맞추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반전 평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북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선 문제 삼아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이들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등은 이번 훈련에 대해 “북한체제 붕괴를 노린 세계 최대의 공격적 전쟁연습”이라며 그제 퍼포먼스 시위까지 벌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남북 재래식 무기 감축을 제의해놓고도 전쟁연습을 한다고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무기 감축은 한쪽의 제의로 당장 가능한 게 아니다. 상호주의에 입각해 실천 가능한 감축 방안을 찾아야 한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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