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순越境선원 27일째 “조사 중”이라는 거짓말

  • 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3분


북한은 어제 800연안호 선원들의 안부를 묻는 우리 정부의 통신 문의에 “조사 중”이라고 대답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특사 조문단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남북협력 진전’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한 다음 날이어서 혹시나 하고 기대를 걸었지만 북의 태도는 뻔뻔스럽기까지 했다.

800연안호는 지난달 30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고장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뒤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다. 북은 29t 소형어선의 선원 4명이 실수로 영해를 침범한 단순 사건임을 쉽게 파악했을 것이다. 단순 월경(越境) 선원을 27일째 억류하는 것은 비인도적 처사다. 1∼2시간 조사하면 충분할 일을 아직도 “계속 조사 중”이라니 우리 국민에 대한 우롱이다. 대가를 바라고 붙잡아두는 것이라면 ‘민족끼리’를 외칠 자격도 없다.

북한의 인권 경시(輕視)는 조문단 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의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800연안호 문제를 잘 해결해 달라”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요청에 “안전상 절차에 따라 시일이 걸린다”고 답했다. 장기억류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유감도 표명하지 않았다. 연안호가 북으로 넘어간 날 오후 북한어선 한 척이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서해 NLL을 넘어왔지만 우리는 즉각 북한 경비정이 예인해가도록 했다.

김 위원장은 이달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올해 추석(10월 3일) 때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하기로 합의했다. 그래놓고도 북은 이달 26∼28일 남북 적십자회담을 하자는 대한적십자사의 제의에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 재개 등 경제적 이익이 되는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을 구색용으로 포함시켰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산가족 찾기 신청을 한 12만7402명 가운데 3만9822명이 6월 말 현재 작고한 상태다. 이산가족의 대부분이 60대 이상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봉은 하루라도 빨리 재개돼야 한다. 북이 ‘추석 상봉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이산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된다.

북이 김 위원장의 구두메시지 형식으로 이 대통령에게 ‘남북협력 진전’을 요청해놓고도 연안호 선원 석방과 이산가족 상봉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 메시지의 진정성을 누가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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