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연안호는 지난달 30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고장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뒤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다. 북은 29t 소형어선의 선원 4명이 실수로 영해를 침범한 단순 사건임을 쉽게 파악했을 것이다. 단순 월경(越境) 선원을 27일째 억류하는 것은 비인도적 처사다. 1∼2시간 조사하면 충분할 일을 아직도 “계속 조사 중”이라니 우리 국민에 대한 우롱이다. 대가를 바라고 붙잡아두는 것이라면 ‘민족끼리’를 외칠 자격도 없다.
북한의 인권 경시(輕視)는 조문단 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의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800연안호 문제를 잘 해결해 달라”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요청에 “안전상 절차에 따라 시일이 걸린다”고 답했다. 장기억류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유감도 표명하지 않았다. 연안호가 북으로 넘어간 날 오후 북한어선 한 척이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서해 NLL을 넘어왔지만 우리는 즉각 북한 경비정이 예인해가도록 했다.
김 위원장은 이달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올해 추석(10월 3일) 때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하기로 합의했다. 그래놓고도 북은 이달 26∼28일 남북 적십자회담을 하자는 대한적십자사의 제의에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 재개 등 경제적 이익이 되는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을 구색용으로 포함시켰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산가족 찾기 신청을 한 12만7402명 가운데 3만9822명이 6월 말 현재 작고한 상태다. 이산가족의 대부분이 60대 이상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봉은 하루라도 빨리 재개돼야 한다. 북이 ‘추석 상봉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이산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된다.
북이 김 위원장의 구두메시지 형식으로 이 대통령에게 ‘남북협력 진전’을 요청해놓고도 연안호 선원 석방과 이산가족 상봉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 메시지의 진정성을 누가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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