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들이 2년마다 하는 고민이 있다. 전세금을 올려주느니 차라리 내 집 마련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저울질이다. 올해는 특히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차라리 집을 살까 고민하는 세입자들이 많아졌다. 서울 주요 지역의 전세금이 일제히 오른 상황에서 적당한 전세 매물 찾기가 쉽지 않고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올려준다고 해도 하반기부터 금리 상승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두고두고 부담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돼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매입을 부추기고 있다.》
○“투자 수익보다는 실거주 만족도 고려해야”
하지만 매매가 역시 많이 오른 만큼 서울 주요 지역에서 전세 대신 매입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지역 아파트의 전세금 비중(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2년 전에 비해 0.53%포인트 낮아졌고 은평, 노원, 중랑, 도봉, 강북, 서대문구 등 전세 수요가 전통적으로 많은 한강 이북 주요 구도 2년 전보다 전세금 비중이 5∼8%포인트씩 낮아졌다. 은평구의 경우 2007년 8월 말 아파트 시세 기준으로 전세금 비중이 51% 수준이었지만 8월 현재 기준으로는 43% 수준에 불과하다.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도 전세금 비중이 40% 수준에 불과해 자금을 조금 보태 아예 내 집 장만을 하자고 결정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에 따른 주택 가격 상승에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하는 만큼 소액 대출 등을 이용해 자금 3억 원 안팎에서 서울 소재 100m² 규모 아파트 매입은 고려해 볼 만하다는 조언이 많다.
다만 몇 가지 주의점이 있다. 우선은 대출 규모다. 실질경제회복률이 호전되기 전까지 당분간 금리 상향조정이 어려워 보이지만 경기 회복 시 금리 조정은 불가피한 만큼 부족한 자금을 무리한 대출로 채우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은 뚜렷한 개발 호재 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단기간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무리한 대출은 지속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존의 전세금에 약간의 자금을 더하면 매매로 전환할 수 있는 지역의 집을 우선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즉 전세금 비중이 높은 경우인데 전문가들은 중소형 주택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금이 60∼70% 정도면 적절하다고 말한다.
만약 자금이 부족하다면 직장 위치 등에 따라 배후생활권에 속하는 외곽지역을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도심권 직장인이라면 서울 동북부와 서북부권, 조금 멀게는 경기 북부 접경지까지도 출퇴근이 가능하므로 검토해 볼 만하다. 강남권의 경우 접근성이 좋아진 서울 강서권과 서남권을 비롯해 경기 광명, 부천시 일대도 대중교통 접근성이 양호한 편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전세에서 매입으로 전환 시 자금 여력이 많지 않은 만큼 투자수익의 기대 수준은 낮추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시세가 덜 오른 저평가 단지로 주거환경이 비교적 양호한 주택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지하철 9호선 인근 지역 강남 접근성 좋아져”
전문가들은 강남권에 직장을 두고 있다면 지하철 9호선이 닿는 강서권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한다. 특히 지하철 9호선 1단계 급행 구간(김포공항, 가양, 염창, 당산, 여의도, 노량진, 동작, 고속터미널, 신논현 등 9개역)은 강남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가양역 기준으로 여의도까지 10분, 신논현역까지는 25분 정도가 걸리기 때문.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가양6단지는 59, 72, 85m² 3개 타입으로 총 1476채로 구성돼 있다. 평균 매매 시세는 2억8750만 원 선. 일부 가구는 한강 조망도 가능하고 염강초등학교, 경서중학교, 세현고등학교 등이 인근에 있다. 지하철 9호선 급행 구간인 가양역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단, 올림픽대로가 인접해 있어 소음은 있을 수 있다.
강서구 염창동의 극동상록수는 86, 110m² 2개 타입으로 2개 동(棟) 256채로 구성돼 있다. 86m² 기준으로 평균 매매시세는 3억500만 원 선. 지하철 9호선 염창역이 걸어서 5분 정도다.
2015년 개통 예정인 지하철 9호선 3단계 구간도 고려해 볼 만하다. 향후 강남 접근성이 좋아질 지역이지만 아직까지 저평가돼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 9호선 3단계 구간은 2단계 종합운동장역에서 이어지는 연장구간으로 삼전사거리역, 삼전역, 석촌사거리역, 방이사거리역, 신방이역, 올림픽공원역, 오륜역(이상 가칭) 등이다. 최근 1단계 개통으로 서울 강서구 일대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처럼 미리 매입해 5년 이상 보유할 경우 투자 수익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지적이다.
또 동북권 르네상스 수혜가 예상되는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7단지, 창동 상계주공19단지 등도 매입을 고려해 볼 만 하다. 상계주공7단지는 82m² 기준으로 매매시세가 평균 3억1000만 원 선, 상계주공19단지는 96m²가 평균 3억4500만 원 선이어서 준공 연한이 비슷한 주변 단지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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