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25, 26일자에 세계 최대의 ‘특허괴물(Patent Troll)’로 불리는 미국 인텔렉추얼 벤처스(IV)의 현지 연구소를 독점 취재해 2회에 걸쳐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한 반응은 크게 엇갈렸습니다. “기업환경의 미래를 흥미롭게 짚어줬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한국 기업을 압박하는 특허괴물을 미화했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50억 달러를 투자받아 2만7000여 건의 지식자산(특허)을 확보한 IV는 기업들로부터 특허료를 받아 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특허가 주식이나 채권만큼 훌륭한 투자대상이라는 사실을 입증했죠. 지금까지 거대 기업의 위세에 눌려 자신의 특허가 제값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 개인과 중소기업은 IV의 등장에 열광했습니다. IV는 특허로 돈을 버는 부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좋은 발명과 혁신이 계속돼 사회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른바 발명 자본주의(Invention Capitalism)의 등장입니다.
IV에도 물론 문제는 있습니다. 기업의 생산활동을 방해한다는 것이 가장 크죠. 최근 미국 법원에서도 특허괴물의 소송남발로 인한 기업의 피해를 줄이는 취지의 판결이 이어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투자이익 극대화를 위해 특허를 헐값에 사들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투자자들끼리만 특허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담합의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그러나 특허괴물을 단순히 한국 기업을 위협하는 덫이자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지나치게 평면적입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지식경제’는 지식자산을 가진 사람이 돈을 번다는 믿음이 생겨야만 실현될 수 있습니다. 특허료를 받기 위한 소송이 지식경제 사회의 일부분이라는 얘기입니다.
김용석 산업부 기자 nex@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