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하반기 이후 국내에서 피해를 본 보이스피싱 사건은 약 2만 건, 피해액은 2000억 원에 이른다. 피해자 중에는 노약자가 많아 더 안타깝다. 검거율은 64%로 90%에 육박하는 일반사건 평균 검거율에 못 미친다. 중국이나 대만에 있는 콜센터를 수사하지 못하는 데다 국내의 통장모집팀과 현금인출팀 송금팀이 점조직으로 돼 있어 일망타진이 쉽지 않다.
▷일본에서는 2004년 이후 전화금융사기 사건이 빈발했다. 고령자에게 전화를 걸어 가족인 듯이 “오레오레(おれおれ·나야 나)”라며 통장으로 급하게 돈을 보내라고 한 사건이 많아 ‘오레오레 사기사건’으로도 불렸다. 일본은 피해자가 신고하면 금융기관이 범죄에 이용된 계좌를 동결하고 60일 이상 공고하는 절차를 거쳐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주는 ‘전화금융사기 구제법’을 작년 6월부터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2007년 1월부터 ‘사기자금 지급정지제도’가 시행돼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송금한 돈은 동결할 수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자는 돈을 거의 돌려받지 못한다.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보이스피싱 전화가 대부분 외국에서 걸려오므로 전화기에 국제전화 식별표시가 뜨면 받는 사람이 더 조심할 수 있다. 이동전화의 경우 SK텔레콤이 어제부터 이 서비스를 시작했고 LG텔레콤은 다음 달부터, KT는 12월부터 시작한다. 유선전화는 이미 5월부터 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전화를 받는 사람이 주의를 기울이는 게 최선이지만 통신과 금융, 수사당국이 긴밀히 협력하면 피해자를 줄일 수 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