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우리팀에 홍일점 오면 창의성 몇점 올라갈까

  • 입력 2009년 9월 5일 02시 51분


“여성이 의사소통에 큰 역할
남성직원 아이디어 샘솟게”

“그 팀에 김 대리 왔다며? 분위기 좋겠네.” A사는 신제품 출시를 위해 재무, 인사, 영업 등 다양한 부서의 핵심 인력을 모아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했다. 남성들만 모인 이 팀에 최근 마케팅 부서의 재원이자 회사에서 손꼽히는 미인인 김 대리도 합류했다. 다른 부서 사람들은 태스크포스 팀원들을 볼 때마다 김 대리 덕에 일할 맛이 나겠다며 부러워한다.

대체로 팀 내 여성의 존재는 팀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 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남성만 있는 팀에 여성 팀원이 오면 남성 팀원의 창의성까지 촉진된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필자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국내 대기업 직원 약 3000명으로 구성된 200개 팀을 연구했다. 다양한 능력과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팀을 구성하는 현대 기업에서는 핵심 업무 단위인 팀이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느냐가 팀 전체와 팀원 개개인의 창의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팀원 중 평균보다 높은 창의성을 보이는 구성원의 특성은 △여성이 포함된 팀의 남성 △팀 평균 연령보다 높은 연배의 구성원 △팀장처럼 절대 다수의 팀원보다 직급이 높은 구성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별이나 연령, 직급에서 다른 팀원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구성원은 어지간한 실수도 용납되기 때문에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표 참조).

○성별, 연령, 직급 다양성과 창의성의 관계

팀 안에 여성이 있을 때 팀 전체의 창의성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남성과 여성이 각각 경험할 수 있는 차별적 경험과 이에 따른 상이한 관점에 기인한다. 서양 학자들의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검증됐듯이 남성만으로 이뤄진 팀보다 여성이 있는 팀이 팀원 간 의사소통도 원활하고, 자유롭고 다양한 아이디어도 많이 나오는 편이다.

그러나 여성 팀원의 존재가 팀원 개인의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은 달랐다. 팀 내에 양성이 함께 있을 때 남성 팀원의 창의성을 100점으로 환산하면 77점이었지만, 여성 팀원의 창의성은 65점에 그쳤다. 즉 남성 팀원과 달리 여성 팀원 본인의 창의성이 촉진되는 효과는 크지 않았다.

팀 구성원의 연령 다양성 및 직급 다양성과 창의성의 관계는 나이가 많고 직급이 높은 팀원에게만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팀 내에 다양한 연령의 직원이 있을 때 팀의 평균 연령보다 높은 팀원의 창의성은 80점, 평균 연령 이하 팀원의 창의성은 72점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부장 및 임원 직급의 창의성은 85점이었으나 사원 및 대리 직급의 창의성은 이보다 훨씬 낮은 66점, 71점에 그쳤다.

연령 다양성과 직급 다양성 간의 차이도 눈에 띈다. 나이가 많고 직급이 높은 팀원의 창의성이 촉진된다는 결과 자체는 비슷했다. 그러나 연령이 높을수록 창의적 행동이 촉진되는 효과는 평균연령 이상인 팀원 대부분에서 나타났지만 직급이 높을수록 창의적 행동이 촉진되는 효과는 팀장 등 소수의 팀 구성원에게만 국한됐다. 팀의 차상위 직급인 과장 및 차장 직급의 창의성은 77점으로 대리급(71점)보다는 부장 및 임원급(85점)과의 격차가 더 컸다. 이는 수직적 조직문화가 여전히 한국 기업의 지배적인 특성임을 잘 보여준다.

○팀원의 창의성을 최대한 발현하는 구성

타인과의 이질성에 따른 창의성의 차이는 성별이나 연령 등 이질성을 낳는 특성 자체보다는 대개 이질성을 가져오는 힘(power)과 지위(status)의 차이 때문이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남성 위주의 문화, 수직적 조직구조, 높은 권력간격지수(Power Distance Index)를 보인다. 자신의 성별과 조직 내 위치가 타인과 다르다고 느끼는 직원들은 힘이나 지위의 차이를 강하게 지각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남성이 많은 팀의 여성, 팀 내에서 연령이나 직급이 비교적 낮은 직원들이다. 이들의 창의성이 낮은 이유다.

따라서 조직 구성원의 창의성을 최대한 발현하려면 다음의 선결 과제가 필요하다. 첫째, 팀을 구성할 때 팀원 간의 지위 및 권력 차이를 작게 만들어야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보장할 수 있다.

둘째, 다양한 직무 배경을 가진 직원들을 여럿 포함시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집결시켜야 한다. 특히 팀원 개개인이 조직의 각 직무를 대표하거나, 혹은 그 분야의 대표 전문가로 인정받아 다기능 팀에 참여할 때 팀 전체의 창의성은 더욱 커진다. 각 팀원이 그 분야의 대표자로서 차별화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때 이들이 남과 다른 의견을 개진하는 것에 대한 팀 내 다른 구성원들의 반발 또한 작다. 전문가가 의견을 내놓는 건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이 아니라 바람직한 자세라고 간주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셋째, 동일한 인구 통계학적 특성이 팀 전체의 창의성과 팀원 개개인의 창의성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팀이 직면한 과제가 팀원 개인의 창의적 노력을 요구하는지, 팀 전체의 통합적 창의성을 요구하는지 사전에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최진남 서울대 경영대 교수 jnchoi@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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