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는 경찰 및 민간기관과 손잡고 국내 최초로 어린이보호 인증차량 시스템을 6월에 도입했다. 어린이 교통사고 중 상당수가 통학차량에서 일어난다는 자체 분석에 따라 안전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증을 받으려면 어린이용 좌석벨트, 승강구 보조발판 같은 안전장치를 완비하고 교통사고 피해 전액배상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운전자는 신원조회와 정밀운전 적성검사, 안전보호교육을 거쳐야 한다.
1차 인증 심사 결과 32개 어린이집 및 관련기관의 차량 34대가 합격했다. 이들 차량에 붙은 거북이 스티커가 ‘어린이 안전 보증수표’라는 소문이 나면서 인증을 받지 못한 어린이집에는 “우리 아이가 타는 차엔 왜 거북이가 없느냐”는 학부모의 항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추가접수 요청이 줄을 이었고 송파구는 예정보다 일정을 앞당겨 이달 말까지 2차 신청을 받기로 했다.
어린이보호 인증차량 제도는 송파구가 추진하는 ‘어린이가 안전한 도시’ 프로젝트의 한 축이다. 송파구가 어린이 안전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9년 일어난 경기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건이었다. 당시 사고에서 송파구 내 유치원생이 대거 희생됐다. 이후 10년 동안 관내에서 일어나는 어린이 안전사고 통계를 수집해 위험요소를 철저히 분석하고 안전관리 종합계획을 세웠다. 또 대학 및 민간기업과 손잡고 어린이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하는 한편 어린이안전 엑스포, 어린이안전 뮤지컬, 안전동화책 같은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힘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으로 송파구의 0∼9세 어린이 손상사망률은 2002년 10만 명당 18.3명에서 2007년 6.8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에 힘입어 송파구는 지난해 6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안전도시’ 공인을 받았다. 구성원의 사고로 인한 손상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이고 능동적으로 노력하는 도시라는 의미다.
하지만 예산과 조직이 충분치 못한 기초자치단체만의 노력으로는 어린이 안전을 담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어린이 사고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위이며, 특히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률은 회원국 중 1위다. 한마디로 ‘어린이 위험국가’인 셈이다. 송파구 사례에서 보듯이 안전사고는 개인과 사회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줄일 수 있는데도 말이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오명을 씻으려면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보건복지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국토해양부 경찰청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된 어린이 안전정책과 관련 통계를 통합 관리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지자체 및 시민단체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기존의 법 규제를 확실하게 집행하는 일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현행법은 유아 카시트 장착과 어린이 안전벨트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규정했지만 단속과 제재는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 몇 년간 사회의 관심이 출산율 높이기에만 맞춰진 사이, 이미 태어난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뒷전에 밀린 느낌이다. 태어난 아이를 국가의 동량으로 무사히 잘 키워내는 일은 출산장려 못지않게 중요한 우리 사회의 책무다. 어린이가 안심하고 자랄 수 있는 안전한 대한민국. 이제 국가가 나설 차례다.
김영순 서울 송파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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