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에너지 절약’ 선전포고

  • 입력 2009년 9월 1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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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기구론 세계최다 소비… 그리스 전체와 맞먹어
“20% 이상 안줄이면 재정에 치명타” 다이어트 작전

‘세계에서 가장 덩치 큰 에너지 공룡의 다이어트 전쟁.’

단일 기구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미 국방부가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나섰다. 무엇보다 금융위기 후 미군의 에너지 사용료가 정부에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방부 안팎에서 과도한 에너지 소비가 국가적 위협요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국방부는 2030년까지 대체에너지 개발을 통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네트제로(Net-zero) 프로젝트’를 가동하기로 했다.

○ 국가안보의 걸림돌

미 해군분석센터(CNA)는 5월 정책제안서 ‘미국의 안보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제안서에서 에너지 문제를 ‘국가안보에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장애물’로 꼽았다. 비용 상승과 공급 불안정으로 미군의 작전수행 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8일 뉴욕타임스도 “에너지 문제와 기후 변화가 안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가 차원에서 불가피한 지출인 군대 유지비에 이처럼 민감한 것은 미군의 에너지 소비량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미 싱크탱크인 ‘국가선결프로젝트(NPP·National Priorities Project)’에 따르면 국방부는 하루에 39만5000배럴의 석유를 쓴다. 이는 연방정부기관 전체의 78%에 이른다. 또 그리스 국가 전체 에너지 사용량과도 맞먹는다. NPP는 “게다가 국방부 에너지 사용량의 60%를 해외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다이어트 권고 수치’까지 제시했다. 이달 초 내놓은 보고서 ‘국가안보 에너지전략 입문’은 “2025년까지 국방부의 에너지 사용량을 20% 이상 줄이지 않으면 국가 재정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해외 전투에서 쓰이는 석유 사용량이 최근 5년 동안 연간 5000만 갤런(약 120만 배럴)에서 5억 갤런으로 10배나 급증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 태양열 정찰기·전기 군용트럭 상용화

국방부는 에너지 문제를 신기술 개발로 뛰어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지난달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최근 태양전지나 차세대 소형 배터리 등 에너지 감소 연구에 애쓰고 있다. 태양열 충전배터리를 갖추고 54시간 시험비행을 한 무인정찰기 ‘제퍼’가 대표적인 사례다.

1월 일반에 선보인 전기 군용트럭 ‘NEV(Neighborhood Electric Vehicle)’도 마찬가지다. 국방부는 에너지 낭비의 주범으로 군 수송차량을 꼽아왔다. 조사 결과 전투용 차량보다 병참용 트럭이 쓰는 에너지가 9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NEV 800대를 투입하고 2011년까지 4000대로 늘려 대당 연 740달러(약 91만 원)의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체에너지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연초 네바다 주에 완공한 공군 태양열발전소는 규모가 57만 m²에 이른다. 이 발전소의 용량은 하루에 일반 가정 1만32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곳을 방문해 “국방부의 대체에너지 확보는 미국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고 ‘라스베이거스 선’지가 5월 27일자로 보도했다.

그러나 브루킹스연구소는 기술 개발보다 먼저 해결할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리 워너 연구원은 “미군의 재생자원 이용률이 겨우 4% 수준”이라면서 “전체적인 조망 없이 개별 사안에만 몰두하는 국방부의 리더십 부재가 에너지 위기 상황을 만든 근본 원인(root cause)”이라고 꼬집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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