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는 자신의 심장을 자기 방에 소중하게 보관해두고 있는 소녀가 있다. 소녀는 심장을 손에 들고 가끔 자랑스럽게 바라보기도 한다.
뉴질랜드 언론들은 인버카길에 사는 제시카 리케츠 양(14)이 약물로 인한 심장손상으로 고생해오다 최근 심장 이식수술을 받은 뒤 망가진 자신의 심장을 포르말린으로 채워진 비닐봉지에 담아 보관해두고 있다고 11일 소개했다.
제시카가 어린 나이에 심장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 됐던 것은 유아기에 발견된 암 때문이었다. 약물의 힘을 빌려 암과 싸우다보니 조그만 심장도 크게 손상된 것이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병상에서 보내오던 제시카는 다행스럽게도 10주전 40대 여성의 심장을 기증받아 오클랜드 병원에서 이식수술을 받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새로운 심장과 새로운 활기, 새로운 희망을 갖고 집에 돌아온 제시카는 제대로 사물을 기억하기 시작한 후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활기찬 보행으로 제일 먼저 쇼핑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2주 뒤 다시 학교로 돌아가 친구들을 놀라게 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친구들이 다른 눈으로 나를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애처로운 눈으로 나에게 쉬고 싶으냐고 물어보던 예전과는 분명히 다른 눈으로 말예요"라고 말했다. 제시카의 어머니 트루디 하드위크 씨도 6세 이후 딸이 이처럼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제시카의 심장은 과다한 약물 투여 때문에 정상적인 작동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지난해 11월 갑자기 악화되면서 심장을 이식받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때부터 그는 병상에 누워 심장 기증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릴 뿐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지난 6월 그는 드디어 오클랜드 병원에서 심장이식수술을 받는다는 통보를 받았다. 전국이 짙은 안개에 뒤덮여 있었지만 헬기와 자가용 제트기까지 동원한 긴급 수송 작전 덕분에 그는 무사히 오클랜드 병원에 도착해 이튿날 그토록 고대하던 건강한 심장을 이식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심장 이식수술 받은 뒤에도 고비는 여러 번 찾아왔다. 혹시 뇌에 손상을 가져오는 뇌졸중이 아닐까 의심되는 커다란 발작도 있었고, 여러 날 혼수상태에서 헤매기도 했다.
그러다 그는 정상을 되찾기 시작했고 발작과 혼수상태는 단순히 약물에 대한 반응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의료진과 가족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트루디 씨는 "딸이 원하는 곳으로 걸어갈 수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따름"이라며 "이제 딸도 평범한 10대 소녀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시카는 물론 매일 약을 먹어야하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도 받아야하지만 힘차게 뛰는 심장으로 자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해줄 아름다운 꿈을 꾸는 데 여념이 없다. 벌써 평범한 10대 소녀로 돌아온 것이다.
소아과 간호사가 되는 꿈을 꾸고, 언젠가는 결혼해 아이를 낳는 꿈도 꾸고 있다. 그러나 당장 처리해야할 일은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해주다 임무교대를 하고 몸 밖으로 나온 자신의 심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포르말린과 함께 비닐봉지에 담겨진 심장을 자신의 방에 계속 소중하게 보관해두고 싶지만 아저씨가 나무로 예쁘게 만들어준 조그만 상자에 담아 적당한 장소에 묻는 방안도 고려 대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