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리-부총리-관방장관… 日‘이과 정부’ 뜬다

“과학적 전략” 기대 속
“설득력 부족” 우려도

16일 출범하는 일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최초의 이과계 내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토야마 차기 총리를 비롯해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 겸 국가전략상 내정자, 내각의 핵심인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관방장관 내정자가 모두 이과계 출신이다. 총리와 관방장관 콤비가 이과계 출신으로 짜이는 것은 처음이다.

하토야마 차기 총리는 도쿄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정통 공학도다. 일본 센슈(專修)대에서 조교수로 있다 중의원 선거에 처음 출마한 1986년엔 ‘꿈을 구체화하고 정치를 과학화한다’는 선거구호를 내걸었다. 히라노 내정자는 주오(中央)대 이공학부, 간 내정자는 도쿄공대에서 응용물리학을 전공했다.

이과계 출신의 내각 핵심부 장악에 대해서는 ‘과학적 사고가 기대된다’는 긍정적 평가와 ‘대국민 설득에 필요한 표현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린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2일 전했다.

하토야마 차기 총리의 스탠퍼드대 동창생인 무라카미 마사카쓰(村上征勝) 도시샤(同志社)대 교수는 “정치에서는 자신의 주장만을 제기하면서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과적인 사고는 부족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정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넘치는 정보를 추려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능력을 높이 산 것이다. 반면 정치의 세계는 논리만으로 통하지 않는 측면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이과 바보와 문과 바보’라는 책을 쓴 다케우치 가오루(竹內薰) 씨는 “하토야마 차기 총리의 책이나 주장을 보면 과학적 전략이 엿보인다”며 “전략을 제대로 국민에게 전달할 인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