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장전입 소동’ 언제까지 거듭할 건가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그제 남편인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몇 차례나 “괴롭다”고 말했다. 그동안 공직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문제가 나올 때마다 내놓았던 자신의 혹독한 논평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의 위장전입에 대해 “위장전입 한 번 하지 않고 자녀를 키우고 있는 저는 부모 자격이 없는 것인지 자괴감마저 든다”고 논평했다. 박 의원은 방송사에 근무할 때 사원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위장전입한 사실이 있음에도 그런 논평을 냈다.

민 후보자뿐 아니라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정운찬(총리), 이귀남(법무부 장관), 임태희 후보자(노동부 장관)도 위장전입 전력(前歷)이 드러났다. 과거 정부 때도 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이 위장전입 때문에 낙마하거나 곤욕을 치른 사례가 많다. 이명박 대통령도 후보 시절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위장전입은 고위 공직자의 공통필수 과목이 된 것 같다”고 말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사정은 어떤지도 궁금하다.

위장전입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오랜 병폐이다. 지도층과 중산층 사이에 아파트 분양이나 토지 매매, 자녀 교육 등을 위해 실제 거주지와 다른 곳에 거짓 주소를 두는 편법이 유행처럼 번졌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주민등록법 규정도 현실적 이익에 집착하는 관행화한 탈법 앞에서는 무력했다. 사법 당국마저 단속의 손을 거의 놓아 법규가 사문화(死文化)되다시피 했다.

위장전입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공직 후보자들의 떳떳하지 못한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공직 후보자가 유능한 사람이라면 위장전입 하나 때문에 일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득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청문회에서 엄격한 도덕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의원들 중에도 박 의원 같은 사람이 더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공직자 임명 과정에서 위장전입 문제를 둘러싼 논란의 고리를 끊을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남이 하면 스캔들, 내가 하면 로맨스’ 식의 대응은 사회적 에너지의 낭비다. 과거에 아파트 분양이나 학교 배정에서 정책의 오류로 위장전입을 촉발한 측면이 없었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주민등록제도에 개선할 대목이 없는지도 챙겨봐야 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