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KAIST Executive MBA지상강의]기술 전략 수립과 실행

  • 입력 2009년 9월 19일 03시 03분


기술경영 성공, 4단계 발상의 전환에 달렸다
닌텐도 게임기 성공 이유는 중장년까지 고객으로 확보한 것
자원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기회를 먼저 생각하는 게 핵심

‘기술 경영’이란 기업이 기술을 효과적으로 획득·관리·활용함으로써 기술의 사업화를 촉진하고, 경쟁 우위를 강화해 수익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영활동을 말한다. 기술 전략을 수립하려면 4단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① 기술 변화 파악

기술의 흐름을 읽으면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고, 나아가 산업계에서 기술을 주도할 수 있다.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는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신생 기업들이 전통적인 강자를 물리칠 기회가 생기지 않았는가.

역사적으로 많은 선도기업이 기술 변화 대응에 실패해 업계 선두 자리에서 밀려났다. 대부분의 원인은 그들이 기존 고객에만 신경을 썼다는 점이다. 즉 ‘아직 고객이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기술’에 관심을 덜 기울였다. 최근 게임 산업에서 닌텐도가 성공한 것은 제품의 기술적 성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사용 편의성을 높인 적합한 기술을 적용하여 기존 고객이 아니었던 중장년층까지 게임을 하게 만들어 새 고객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기술 예측을 할 때는 과거 데이터를 활용한 정량적 기법을 제한적으로만 사용한다. 과거에 없던 기술이 완전히 새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기술 예측에는 ‘정성적 기법’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사용된다.

② 산업 특성 분석

기술의 흐름을 파악하고 나면 이를 바탕으로 산업을 분석해야 한다. 최근 들어 기술 변화로 산업의 경계가 헝클어지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동일 업종의 기업만 경쟁자로 볼 게 아니라 산업의 경계를 넓혀 더욱 많은 경쟁자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존 기술을 활용한 혁신에는 대기업이 유리하고, 신생 기술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데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유리하다고 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획기적인 기술 혁신의 약 95%는 신생 벤처기업에서 나왔다고 한다.

기술 혁신을 통해 기업이 돈을 벌려면 티스(1986년)가 이야기한 3가지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이 모방할 수 없는 전유성(專有性·appropriability)이다. 돈을 많이 들여 기술을 개발했으면 그것을 자사의 자산으로 가져야 한다. 특허를 받으면 기술의 전유성이 법적으로 보장된다. 남들이 모방하지 못하는 암묵적 지식을 갖출 수도 있다. 이 밖에 산업표준과 맞는지, 보완자산(예를 들어 VCR와 비디오테이프)이 필요한지도 고려해야 한다.

③ 조직 여건 분석

기술 변화와 산업 특성을 바탕으로 몇 가지 제안이 나오면, 자사가 해당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사업할 수 있을 만큼 조직 역량이 갖춰져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우선 조직의 기술 역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한다. 기술 역량을 계량적으로 측정하려면 자사가 연구개발(R&D)에 얼마나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또 발표한 논문 수, 특허 수, 제품 수를 종합적으로 집계한다.

조직의 ‘핵심’ 기술 역량을 측정하려면 4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좀 더 넓은 영역의 시장에 적용 가능한 기술인가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제공하는가 △최종 제품이 소비자에게 가치를 창출하는가 △경쟁자들이 모방하기 어려운가.

기술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가능케 하는 조직 문화도 매우 중요하다. 창의적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직접적 요인은 리더의 관심사 및 행동이다. 리더가 아무리 “혁신하자”고 떠들어봤자 실제 행동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인텔은 메모리 칩을 생산하는 회사로 출발했다. 하지만 일본의 경쟁사들이 상당한 메모리 칩 기술을 갖게 되고 PC가 보급되면서 메모리 칩은 전문 제품이 아닌 일상품으로 바뀌었다. 즉 ‘전략적 변곡점(strategic infection point)’에 부딪친 것이다. 이로 인해 인텔은 메모리 칩을 버리고 마이크로프로세서 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이후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인텔은 인터넷 관련 사업도 추가했다.

전략적 변곡점이란 승리하기 위한 전략이 변화해야 하는 시점, 새로운 기술체제로 바뀌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앤디 그로브 인텔 전 회장은 전략적 변곡점을 정확히 인식했고, 적절한 시점에 인텔을 성공적으로 변신시켰다.

④ 전략적 의지 발휘

처음엔 비합리적이고 불가능해 보였지만 전략적 의지가 작용하면 현대그룹처럼 망망대해에 조선소를 만들 수도 있고, 삼성그룹처럼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던 반도체 사업을 시작해 성공으로 이끌 수도 있다.

지난 20년 동안 글로벌 리더로 성장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세계적 선도기업이 되고자 하는 ‘강박관념’이 유전자처럼 박혀 있다.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자원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기회를 먼저 생각하라’는 것이다. 최고경영자(CEO)는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비전은 목표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정리=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 문화적 차이 극복하는 협상 방법론

▼상대방이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보다
어떤 성향인지 파악하는게 훨씬 중요▼

급속한 세계화로 외국인과의 협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그러나 협상 상대방이 다른 문화권에서 왔다는 이유로 해당 문화권의 행동양식과 고정관념을 지나치게 배려하면 오히려 문화적 충돌이 더 커질 수 있다. 상대방 또한 비슷한 배려를 하기에 양측 모두 어색한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일 회사의 영업대표가 파트너인 미국 식품회사를 방문했다고 가정하자. 미국 회사의 대표는 독일인이 격식을 중시한다는 고정관념에 따라 일체의 잡담 없이 바로 사업 얘기를 꺼냈다. 반면 미국인이 독일인만큼 격식을 따지지 않는다는 말을 줄곧 들어온 독일 대표는 협상 시작 전에 친근감을 쌓으려고 노력한다. 이때 미국 대표가 사업 얘기를 서두르면 독일 대표는 마치 자신이 거절당한 듯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맥스 베이저먼 하버드대 교수는 “상대방이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보다 협상 상대자가 어떤 사람이냐를 파악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협상 상대방은 문화사절단이 아니므로 다양한 특성을 가진 고유의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 상대방의 경력, 교육수준, 전문분야, 성격, 협상 경험에 관한 정보를 상세하게 얻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통역도 신중히 고용해야 한다. 미국 터프츠대의 제스왈드 살라쿠제 교수는 통역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다음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첫째, 직접 통역사를 고용해 사전에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 둘째, 통역사가 협상 관련 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으므로 미리 시간을 할애해 협상의 목적과 전문용어들을 설명해 줘야 한다. 셋째, 통역 과정에서 불필요한 내용이 추가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협상 당사자들로부터 새로운 일을 따내고자 하는 욕심에 통역사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끌고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넷째, 통역의 실수를 막으려면 빨리 얘기하지 말고 속어나 약어 사용도 피해야 한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2호(2009년 10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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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Money in the Brain/집단 지성을 활용하라

조직 내에서 어떻게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최대한 활용하느냐가 웹 2.0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기업에서 집단 지성을 쉽게 활용하려면 창의성에 관한 강연을 열어 여러 부서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강의 시작 전에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을 수 있도록 다과회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연이 끝난 후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원인 6명 정도로 팀을 짜서 토론을 유도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전쟁과 경영/창조적 리더 한니발, 로마 짓밟다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은 고대 전쟁사의 3대 명장으로 꼽힌다. 그는 칸나이 전투에서 병력이 월등히 많았던 로마군을 섬멸하는 전과를 올렸다. 한니발의 진정한 장점은 교과서적 지식의 의미와 사용법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니발은 교과서적 지식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 현장을 중시하면서 현장에서 얻은 지식과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판단을 내린 진정한 창조적 리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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