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시계 브랜드인 론진은 1980년대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하면서 쓰라린 실패를 경험했다.
중국 부자에 대한 잘못된 시장 분석이 패착이었다. 중국 부유층 시장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화려한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해외 시장에서 팔리는 론진 제품과 다른 시계를 보며 거부감을 느낀 고객이 많았기 때문이다.
론진은 전략을 수정했다. 해외 시장에서처럼 클래식하고 격조 있는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이 결과 중국은 현재 이 회사의 가장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
세계의 기업들이 경기 침체의 암울한 터널을 탈출하기 위해 빠르게 늘고 있는 중국의 부자들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유망한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고객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뛰어들면 백전백패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최근 중국 내 16개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연간 가구당 소득이 3만6500달러(약 4400만 원) 이상의 부유층 1750명과 기업 관계자를 심층 면담한 ‘중국 부유층 분석’ 보고서를 ‘맥킨지 쿼털리’ 7월호에 소개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2호에는 이 보고서의 전문이 실린다.
○ 2015년 중국은 세계 4위 부자 보유국
경제 위기에도 2009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의 고소득층 가구 수는 향후 5∼7년까지 연평균 1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구매력 기준으로 미국의 연간 소득 10만 달러 가구에 해당하는 연간 3만6500달러 이상을 버는 중국의 부자들이 크게 늘어난다는 얘기다. 반면, 선진국 부자 증가율은 GDP 성장률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의 고소득층 가구는 2008년 160만 가구에서 2015년경 440만 가구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구매력 기준으로 미국, 일본, 영국에 이어 세계 제4위의 부유층 인구를 보유하는 셈이다.
중국 부자들의 약 30%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톈진 등 4대 도시에 거주하고 절반 이상은 중국 10대 도시에 살고 있다. 반면 미국은 부자 4명 중 1명만이 10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중국 부자들의 대도시 편중현상도 완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부자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중소도시로 마케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맥킨지는 앞으로 5∼7년 새 늘어날 중국 부유층 소비자 중 4분의 3이 중소도시에서 나올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청두나 원저우 등의 도시를 외면하고 있지만 이들 도시에는 각각 미국 디트로이트나 애틀랜타보다 더 많은 부자가 살고 있다.
○ 젊고 기능을 중시하는 중국의 부자들
중국 부자의 가장 큰 특징은 청장년층 인구의 비중이다. 중국 고소득층의 약 80%가 45세 미만이다. 반면 미국은 45세 미만의 비중이 30%, 일본은 19%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의 부자들보다 품질, 재료, 장인정신 등 기능적 효용을 중시한다.
랑콤은 노화 방지를 위한 조기관리를 강조하며 젊은 부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그 결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매출이 급격히 늘었고 중국 내 최대 화장품 및 스킨케어 브랜드로 도약했다. 고급 코냑 브랜드인 루이 XIII은 피아노, 말, 요트 등의 럭셔리 이미지를 강조한 전통 광고를 병과 포장만을 강조한 단순한 광고로 대체했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에르메네질도제냐는 중국에 매장을 열 때 제품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시연행사를 열고 장인정신을 강조한다.
중국의 부자들은 일반 중국 소비자 계층과도 다른 특징을 보였다. 외국 브랜드를 더 신뢰하고, 신기술과 은행 대출에 적극적이었다. 외식, 레저, 야외 오락도 즐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 7가지 색깔의 중국 부자
맥킨지는 과시나 재정적 안정감 등의 욕구를 기준으로 중국의 부유층을 7가지 유형, 4개 그룹으로 구분했다. 중국 부자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각 유형에 대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브랜드 선점 효과를 얻으려면 성장성이 큰 ‘신분 상승 추구형 소비자’와 ‘현실적 소비자’ 계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열정적 소비자’와 ‘과시형 소비자’ 계층처럼 최고를 위해 프리미엄을 지불할 용의가 있으며 과시적 욕구가 높은 계층을 대상으로는 눈에 잘 띄는 로고와 마케팅이 먹힌다. 자동차 브랜드 BMW가 매년 중국 도시를 순회하며 신모델을 공개하고 신차 시승 등의 체험 행사를 여는 이유다.
‘명품족’과 ‘도회적 소비자’ 계층은 선호하는 브랜드에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향은 있지만 과시 욕구는 상대적으로 낮다. 이런 부자들에게는 뛰어난 품질과 탁월한 서비스를 강조하고 대규모 이벤트보다는 소수 고객을 대상으로 신제품을 소개하는 방식의 VIP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2호(2009년 10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정재승의 Money in the Brain/집단 지성을 활용하라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은 고대 전쟁사의 3대 명장으로 꼽힌다. 그는 칸나이 전투에서 병력이 월등히 많았던 로마군을 섬멸하는 전과를 올렸다. 한니발의 진정한 장점은 교과서적 지식의 의미와 사용법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니발은 교과서적 지식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 현장을 중시하면서 현장에서 얻은 지식과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판단을 내린 진정한 창조적 리더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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