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비극적 숙명안고 사라진 카스트라토를 위하여…

  • 입력 2009년 9월 2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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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메조소프라노 바르톨리 카운터테너곡 담아 새음반

‘여인, 거세(去勢) 남성을 말하다.’

이탈리아 메조소프라노계의 톱스타인 체칠리아 바르톨리(43)가 오페라의 카스트라토 아리아를 묶은 음반 ‘사크리피슘(Sacrificium·희생을 뜻하는 라틴어·사진)’을 데카 레이블로 내놓았다. 카스트라토란 서양에서 17∼19세기에 변성기 이전의 남자 아이를 거세해서 어른이 된 후에도 여성의 높은 목소리와 남성의 힘 있는 발성을 함께 갖추도록 만든 가수를 뜻한다.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는 바르톨리를 22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제목을 ‘희생’으로 했는데….

“3세기 동안 수백 명의 카스트라토가 영광과 돈을 얻었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매년 수천 명씩 남성도 여성도 아닌 처지에서 잊혀졌다. 많은 사람들이 걸인이나 성적 노리개가 됐다. 이런 사람들의 비극을 기억해야 한다는 뜻을 담았다.”

―남성이 훈련을 통해 여성의 음역을 노래하는 ‘카운터테너’도 많은데, 왜 여성으로서 이런 작업을 했나.

“옛날에도 카운터테너는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교회음악을 주로 노래했다. 오페라에서 카스트라토가 갑자기 출연을 못하게 되면 카운터테너가 아니라 여성이 대신 그 역을 맡았다. 오늘날 카스트라토는 사라졌으니 이들이 불렀던 노래를 여성이 부르는 게 더 자연스럽다.”

―음반에 실린 노래들을 소개하면….

“위대한 성악 교사였던 니콜라 포르포라(1686∼1768)가 제자들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 오페라 ‘시파체’ 중 ‘풍랑 속의 배처럼’을 비롯한 아리아 15곡을 담았다. 포르포라의 제자 중에는 영화로 유명한 파리넬리와 그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 카파렐리가 있었다. 앨범에서 11곡은 세계 초연곡이다.”

―영화 ‘파리넬리’를 보았나. 어떻게 느꼈나.

“당시의 음악과 역사를 대중에게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도 성공하지 못한 카스트라토들의 비극과 희생은 다루지 않았다.”

―많은 노래들이 ‘영웅’들의 화려한 노래다. 노래를 부르면서 자신 속의 ‘남성성’을 느끼지는 않았는지….

“이 노래들은 음악사상 가장 어려운 기교를 요구하는 곡들이다. 그러나 카스트라토는 기교만 갖춘 ‘노래기계’가 아니었다. 일곱 살 무렵부터 심오한 예술적 표현을 집중 훈련한 사람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음반에도 실린 헨델의 ‘나무 그늘 아래’(‘헨델의 라르고’로 유명)처럼 긴 호흡이 있는 느린 아리아들이 더 마음에 끌린다.”

―음반 표지와 해설지의 합성사진들이 야릇하다.

“(웃음) 로마시대 남성 조각상들에 내 얼굴을 합성한 것이다. 카스트라토 아리아들에 나타나는 ‘아름다움과 강인함의 결합’을 보이고 싶었다. 나름대로 만족스럽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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