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명호]‘동해 이름 되찾기’ 국민 모두가 홍보대사

  • 입력 2009년 9월 2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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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에서 3∼5일에 열린 ‘제15회 동해지명과 해양지명 국제 세미나’에서 해양지명에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를 병기해야 한다는 권고가 다시 제기됐다. 유엔지명표준화회의가 고유지명을 쓰도록 권하고 외래지명을 줄이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한 데 따른 것이다. 역사 지리 문헌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동해란 명칭은 일찍이 기원전 37년부터 삼국사기와 삼국사절요에 등장한다. 동해는 한국사뿐 아니라 중국의 문헌에도 나온다. 그러나 알다시피 1910년 일본의 한국 병탄 후인 1929년에 세계의 바다 명칭을 표준화하는 모나코의 제1회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 일본은 동해를 일본해로 정하는 방안을 일방적으로 제출했다. 이 안이 채택됨으로써 국제사회가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게 됐다. 당시 우리는 일본에 외교권과 주권을 빼앗겼기 때문에 국제회의에 대표를 파견해 발언할 권리가 없었다. 결국 국제지도상에서 동해가 사라지고 동해의 모든 바다가 일본해가 됐다.

한국이 1992년 유엔지명기구에 참가하면서 정부와 민간연구기구인 동해연구회(회장 이기석 서울대 명예교수)는 유엔과 IHO를 비롯한 국제해양지명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동해라는 명칭의 역사적 지리적 근거와 자료를 제시하고 동해로 공식 표기하도록 요청했다. 일본은 그때마다 17세기 중국에 온 이탈리아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편찬한 ‘일본해’ 표기 지도 등 역사적 자료를 내세우며 일본해 표기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전 외교력을 동원해 강력한 로비를 벌였다.

국제적 회의 현장에서는 ‘국력의 싸움’이 항상 벌어진다. 국익을 반영하기 위한 국가 간의 힘겨루기를 피할 수 없다. 한국의 지리 역사학자, 언론인은 미국과 영국 등의 관련기관, 지도제작사 언론사를 방문해 동해 표기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요즘 젊은 민간단체인 ‘반크’가 해외에서 동해를 활발하게 홍보하고 있다. 인기가수의 미국 유력지 홍보는 외국인 대부분이 동해와 일본해를 둘러싼 해양분쟁을 잘 알지 못하는 마당에 매우 효과적인 활동이다.

이런 국제적 노력의 결과 국제사회에선 차츰 변화가 오고 있다. 미국의 권위 있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월드애틀러스 지도제작사가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등 전 세계 지도 중 4분의 1이 동해와 일본해를 같이 표기한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연안호 선원 석방 보도에서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했다. 이번 시드니 세미나에선 오스트리아가 국제사회에선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동해 일본해 병기를 공식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유엔지명표준화회의 결의에 따라 고유지명인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도록 장려하는 현상은 우리로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의 동해 표기를 회복하고 유엔의 두 지명 병기 결의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동해를 단독으로 표기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국으로선 국제지도에서 80년 전에 지워진 동해라는 이름을 회복하는 일이 먼저다. 단계적으로 목표를 높이는 일이 현실적으로 중요하다.

여기서 더욱 노력해야 할 일은 국내 및 국제 홍보다. 동해 명칭을 빼앗겨 국제사회에서 사라져 버리고 오늘날 이 문제가 심각한 주권의 문제로까지 논란이 된다는 사실을 아는 외국인은 많지 않다. 그래서 국내 홍보 못지않게 국제 홍보가 더욱 중요하다. 우리 바다인 동해의 명칭을 되찾기 위해서는 학자 외교관 언론인 문화예술인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동해 홍보인이 돼야 한다. 동해의 명칭을 되찾는 데 우리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

문명호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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