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뜨거운 현지 분위기에 고무된 것인지, 의도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기자들에게 눈길 끄는 뉴스를 제공했다. 기아자동차의 미국 조지아 공장과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각각 현대차의 싼타페와 투싼을 만들고, 현대차 체코 공장에서는 기아차의 소형 다목적차량(MPV)인 ‘벤가’를 생산키로 했다는 것.
1개의 생산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동시에 만드는 ‘혼류(混流) 생산’은 유연한 생산물량 조정을 위해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선 이미 보편화된 방식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업계에선 노조의 반대로 혼류 생산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올해 5월 현대차가 울산 3공장에서만 생산하던 아반떼를 2공장에서 생산키로 결정하는 과정도 비록 같은 회사 내 혼류 생산이지만 각 공장 소속 노조원들의 반발로 쉽지 않았다.
현대차 기아차 브랜드 간 혼류 생산은 생산비용을 낮춰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이다. 하지만 노조는 단일 브랜드 생산보다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일감 나누기로 특근 수당 등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해온 것이다. 실제로 해외 혼류 생산은 전적으로 회사의 경영권에 속하는 사안이지만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회사 측에 관련 자료제출과 설명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그동안 노조 반대로 혼류 생산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현대차가 노조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해외에서 혼류 생산을 본격화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차 측은 “해외 공장 근로자들은 혼류 생산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다”며 “5개 차종을 한 라인에서 생산하고 있는 중국 베이징 현대차 공장에선 혼류 생산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침체기에도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등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차가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노사가 합심하는 풍토가 먼저 조성되기를 바란다.
김상운 산업부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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