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납북자 가족 거듭 울리는 북의 패륜과 非情

  • 입력 2009년 9월 30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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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금강산에서 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이 수십 년 만에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릴 때 경기 시흥시에 사는 허성만 씨(92)는 집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허 씨의 두 아들 용호, 정수 씨는 1975년 배를 타고 오징어잡이를 나갔다가 납북됐다. 허 씨는 이번에 두 아들의 생사 확인을 북측에 요청했지만 용호 씨는 사망, 정수 씨는 ‘생사여부-연락두절’이란 통보를 받아 한 가닥 남은 기대마저 무너졌다.

정수 씨에 대한 북의 통보는 거짓이다. 그는 올 7월까지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를 통해 남한 가족에게 소식을 알려 왔다. 우리 측 민간단체가 파악한 내용을 북한 당국이 확인하지 못했다니 그 말을 누가 믿겠는가.

1995년 중국 옌지(延吉)에서 탈북자들을 돕다가 납북된 안승운 목사의 부인 이연순 씨도 북한으로부터 ‘생사여부-확인 불가’ 통보를 받았다. 안 목사가 1997년 무렵에 평양의 교회에서 설교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도 있다. 이 씨는 “자기네가 잡아가 놓고 살아 있는지도 모른다니 너무 무책임하다”고 북을 성토했다.

북은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성의를 표시하지 않는다. 수십 년 동안 애타게 상봉을 기다리는 이산가족 생존자가 8만7500여 명이나 되고 하루 평균 10명이 고령으로 사망하는데도 북은 상봉 정례화를 거부하고 생사 확인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고 있다. 어제 경기도 수원역에서는 6·25전쟁 때 북에 두고 온 부모형제와 상봉을 그리던 70대 실향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북한이 올해 4월 개정한 헌법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고 영도자로 규정됐다. 그에겐 ‘전반적 무력의 최고사령관, 국가의 일체 무력 지휘통솔’과 함께 조약 비준·폐기, 특사, 비상사태·전시상태·동원령 선포 등 전권이 부여됐다. 이 헌법 8조에는 ‘국가는 근로인민의 이익을 옹호하며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한다’고 돼 있다. 인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한다는 정권이 어떻게 혈육끼리 만나지도 못하게 막는가.

박길연 북한 외무성 부상은 28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이 제재를 앞세우고 대화를 하겠다면 우리 역시 핵 억지력 강화를 앞세우고 대화에 임하게 될 것”이라며 핵에 대한 집착을 드러냈다. 가족을 생이별시키고 만나지도 못하게 하는 나라가 핵에만 매달리니 국제사회가 김정일 체제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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