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여성 타깃 ‘6개 업종’ 성장 잠재력 무궁무진

  • 입력 2009년 10월 10일 02시 57분


많은 기업들은 여성 고객을 짝사랑하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여성 소비자의 행동 유형과 특성을 분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형적 여성상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여성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여야 다가올 경기 회복기에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DBR 자료 사진
많은 기업들은 여성 고객을 짝사랑하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여성 소비자의 행동 유형과 특성을 분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형적 여성상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여성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여야 다가올 경기 회복기에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DBR 자료 사진
식품 - 몸매관리 - 미용 - 의류
금융 - 보건의료 서비스 유망
주도형 - 시간압박형 - 관계지향형
독립형 - 노부부형 - 절약형 고객 구분
6가지 유형별로 맞춤공략해야

미국 델컴퓨터는 올해 5월 여성 전용 노트북을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른바 ‘델라(Della)’ 프로모션이었다. 하지만 신데렐라가 될 줄 알았던 델의 여성 전용 노트북은 여성과 블로거들의 십자포화를 맞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여성은 분홍색을 좋아하고 칼로리 계산이나 요리법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마케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델이 마케팅 심화과정에 등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금융위기 이후 여성 소비자들이 기업들의 뜨거운 ‘러브 콜’을 받고 있다. 여성들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소득도 비교적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올해 세계 여성들이 벌어들인 소득은 13조 달러로 중국(4조4000억 달러)과 인도(1조 2000억 달러)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것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하지만 여성 소비자 공략에 성공한 기업은 드물다. 델의 사례에서 보듯 열렬히 여성 고객을 짝사랑하면서도 정작 여심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성 전용 제품에는 무조건 분홍색을 입혀야 한다는 식의 원초적 발상만 남발한다. BCG는 2008년 세계 40개국 1만20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일, 생활, 소비에 대한 의식 조사를 하고, 여성 고객의 잠재력이 높은 6대 산업과 그 공략법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10월호에 실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2호(10월 1일자)에 전문 번역돼 있는 BCG 조사 내용을 간추린다.

○ 여성 소비자의 6가지 유형

여성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려면 여성 고객의 특성과 유형을 잘 파악해야 한다. BCG 조사에 따르면 소득, 연령, 계층을 기본 변수로 했을 때 여성 고객은 ‘주도형’ ‘시간압박형’, ‘관계지향형’, ‘독립형’, ‘노부부형’, ‘절약형’ 소비자로 구분된다. 즉, 자사의 핵심 고객층을 분석한 후 이들이 어느 유형의 소비자에 해당하는지를 알면 핵심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무엇인지, 이들에게 추가로 판매할 상품은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전체 응답자의 24%를 차지하는 주도형 소비자는 교육 수준과 소득이 높고 일과 도전을 중시했다. 16%를 차지하는 관계지향형 소비자는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며 시간 압박을 느끼지 않는 편이라 물품 구매 시 제품 그 자체보다 자신의 경험을 중시했다. 절약형 소비자는 대체로 고졸 이하 학력을 지녔으며 저가 귀금속을 선호하고 신용카드 소비 비중이 높았다(표1).

○ 여성 고객의 잠재력이 풍부한 6대 산업

BCG는 여성 고객 공략을 통해 급성장할 수 있는 6대 산업으로 식품, 몸매 관리, 미용, 의류, 금융, 보건의료 서비스를 꼽았다. 식품산업에서 응답 여성들은 가장 선호하는 매장으로 홀푸드와 테스코를 꼽았다. 홀푸드는 소득이 높고 성향이 까다로우면서 고품질의 육류, 곡물, 서비스를 원하는 ‘주도형’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테스코는 서적, 가구, 금융 서비스를 아우르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시간에 쫓기고 간편함을 추구하는 ‘시간압박형’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몸매관리 시장에서도 ‘시간압박형’ 소비자들을 공략할 여지가 많았다. 많은 응답자가 배우자, 자녀, 본인 가운데 누구의 몸매 관리에 가장 신경을 쓰냐는 질문에 자신을 두 번째 혹은 세 번째로 꼽았다. 게다가 대부분의 헬스클럽은 회비도 비싸고 남성 위주로 운영된다.

헬스클럽 체인업체 커브스는 이런 여성들의 요구를 파악해 큰 성공을 거뒀다. 커브스의 모토는 낮은 가격, 운동시간 단축, 여성전용이다. 커브스에서는 근육질의 트레이너 대신 친절한 여성 도우미가 손님을 맞고, 시설 내 운동기구를 간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성 고객의 잠재력이 높은 업계에 남성 경영진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고위직 여성의 수를 늘리고, 여성이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해야 여성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 ‘패스트 패션’의 선두주자인 스웨덴 H&M은 근로자의 80%, 매장 매니저의 77%, 지역 매니저의 44%가 여성이다. 이사진 11명 중에서도 무려 7명이 여성이다. H&M은 저가의 다양하고 트렌디한 제품을 시시각각 선보여 전 세계적 성공을 거뒀다. 가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자주 새 옷을 사고 싶은 여성의 욕구를 읽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 결혼, 이혼, 출산 등 여성의 ‘전환기’를 공략하라

여성 소비자의 수 자체가 남성 소비자보다 많은 식품, 의류산업과 달리 금융과 보건의료 서비스는 여성 소비자의 만족도가 남성보다 현저히 낮은 산업이다. 여성이라는 신규 고객군을 발굴할 기회가 무궁무진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공략하는 방법을 모르는 기업이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여성 고객을 상대로 수익을 올리고 싶은 금융회사들은 결혼, 이혼, 출산 등 이른바 여성들의 전환기에 주목해야 한다. 대다수 여성이 이 시기에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BCG는 미국 내 여성 대상 투자 및 금융설계 시장의 잠재 규모가 2조1000억 달러, 생명보험 시장은 2조 달러, 신용카드 시장은 1조4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망했다(표2).

여성 전용 최우수고객(VIP) 서비스도 유망한 아이템이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개인 자산 규모는 현재 140조 달러다. 이 중 50%의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주체가 바로 여성이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많은 금융회사가 여성 고객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고 있으며, 금융 컨설팅의 품질도 낮고, 업무 처리 절차도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비판했다. 한 응답자는 “내 연봉은 100만 달러, 퇴직금은 2000만 달러에 달하지만 어떤 금융회사를 가도 푼돈 관리나 하는 브로커들만 나를 상대할 뿐”이라고 불평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2호(2009년 10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font color=0090D3>▼Space Marketing/브랜드 정체성의 핵심은 매장 차별화

시대에 따라 사람들이 찾는 곳과 찾지 않는 곳이 있다. 이로 인해 공간의 쇠락과 부흥도 반복된다. 이제는 공간 마케팅도 사회의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해야 한다. 일반 호텔에서 묵던 여행객이 왜 워커힐호텔, 포시즌호텔, 모건호텔과 같은 디자인 호텔로 관심을 옮기는지, 이에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면밀히 연구해야 한다.

▼Academia & Business/영어 사용 인센티브 구조 확립이 성공 열쇠

LG전자는 국내 기업 가운데 이례적으로 영어 공용화 프로젝트를 추진해 성과를 거뒀다. 조직원들의 반발을 극복하고 영어 공용화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영어 공용화에 대한 최고경영자(CEO)의 강한 의지 표명과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또 직원들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영어 공용화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추진 과정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야 한다.

▼MBA 통신/버핏을 낳은 CBS, 치열한 ‘황금 사냥’

비즈니스 스쿨의 꽃은 취업이다. 특히 MBA스쿨 가운데 세계 최고의 입학경쟁률을 보이는 미국 컬럼비아 경영대학원(CBS)은 취업의 양과 질에서 다른 아이비리그 MBA스쿨에 비해 많은 비교우위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아무리 우수한 학생이라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피해갈 수는 없다. 취업 걱정으로 뒤숭숭한 CBS의 모습을 전한다.

▼People in Book/포드 vs 페라리, 지옥 레이스 혁신 대결

1967년 포드는 프랑스 르망 레이스에서 페라리를 제치며 유럽 시장에 화려하게 진출했다. 이후 포드는 네 번 연속 르망 레이스 제패 기록을 세웠고, 재규어와 랜드로버, 볼보 등을 인수하며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가 됐다. 포드가 고전하고 있는 반면, 페라리는 여전히 슈퍼 카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포드와 페라리의 대결은 핵심 역량과 끊임없는 혁신에 대한 교훈을 던져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