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N세대 눈높이로 몸 낮춘 이브생로랑

  • 입력 2009년 10월 10일 02시 57분


럭셔리 브랜드들이 몸을 낮춰 거리로, 인터넷으로 마케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새로운 소비자로 떠오를 N세대를 선점하기 위한 변화의 노력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럭셔리 브랜드들이 몸을 낮춰 거리로, 인터넷으로 마케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새로운 소비자로 떠오를 N세대를 선점하기 위한 변화의 노력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길거리 마케팅-블로그-트위터 활용
미래 소비계층과 적극적 소통 나서
명품, 상류층 타깃 마케팅서 탈피

지난달 1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이날 거리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이브생로랑(YSL)의 프로모션 행사인 ‘매니페스토 캠페인’으로 들썩였다. 이 캠페인은 브랜드의 광고 내용과 제작 과정을 담은 인쇄물을 만들어 세계 주요도시에 배포하는 행사다.

2007년부터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에서 이 행사를 열었는데, 올해는 아시아의 서울이 포함됐다.

이 캠페인이 주목받는 이유는 상류층 타깃의 럭셔리 패션 브랜드가 불특정 다수인 길거리 시민을 상대로 몸을 낮췄다는 점이다. 소수 계층을 상대하는 기존 럭셔리 브랜드의 마케팅과는 꽤 거리가 있다.

게다가 이번 시즌(2009년 가을/겨울)부터는 온라인 캠페인도 시작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활용해 인터넷에 홍보물을 공개한 것. 서울, 뉴욕, 파리에 살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누구나 이브생로랑의 ‘매니페스토 캠페인’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브생로랑 측은 “고급 패션은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며, 더욱 많은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이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단지 그뿐일까?

이런 변화의 저변에는 럭셔리 패션 산업의 주 소비계층으로 떠오를 N세대가 있다. N세대는 1980년대 이후 태어나 인터넷과 함께 자라온 세대다. 블로그나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도 거리낌 없이 표출한다. 정치나 사회 현상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이전 X세대와 달리 정치적, 사회적 신념을 표현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특히 N세대는 환경이나 빈부 격차와 같은 사회적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단순한 관찰자나 소비자로 남기보다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고, 스스로 창조자가 되고 싶어 한다.

몸을 잔뜩 낮추고 젊은 세대에 다가서려고 하는 패션 브랜드들의 몸짓은 결국 쉴 새 없이 변하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덤으로 다른 브랜드보다 앞서가는 브랜드라는 인식도 심어줄 수 있다.

이브생로랑뿐만이 아니다.

많은 럭셔리 브랜드는 N세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저마다 열심이다. 샤넬은 최신 패션쇼의 비디오 동영상과 이미지도 즐기고, 가장 가까운 곳의 자사 매장 위치를 휴대전화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보수적인 느낌의 명품 남성복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도 페이스북에 자사 블로그를 만들어 패션쇼를 생중계하고, 디자이너와의 실시간 채팅 서비스도 선보였다. 버버리도 온라인 브로셔를 만들고, 메일링 리스트에 가입한 모든 사람에게 신제품 소식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명품의 핵심 소비계층은 끊임없이 바뀐다. 각각의 세대가 선호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 또한 계속 변화한다. 명품 브랜드가 소비자의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지속적으로 바꾸는 건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심정희 ‘에스콰이어’ 패션 디렉터 redcat47@hotmail.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2호(2009년 10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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