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주먹구구 CD금리

  • 입력 2009년 10월 12일 02시 57분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의 고시금리가 9일 연 2.91%로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9일까지 거래가 뜸한 가운데 매일 0.01%포인트씩 계단식으로 뛰었다. CD금리는 일반인들도 관심이 높은 대표적인 생활금리, 서민금리다. 가계대출 60%, 중소기업대출 40%의 기준금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CD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지난 두 달 동안 CD 금리가 0.40%포인트 올라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 이자부담이 연간 2조 원 이상 불어났다.

▷CD금리는 10개 증권사의 거래 금리를 평균해 금융투자협회가 결정한다. 이렇게 하면 시중 자금사정이 반영될 수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증권사들은 요즘처럼 CD 거래가 없으면 시장상황을 적당히 감안하거나 다른 증권사에 물어본 뒤 추정치를 보고했다고 한다. 담당부서에선 금리 보고를 다들 귀찮아해 말단 직원이 맡아 했다. 가계생활에 영향이 큰 CD금리 결정이 증권사엔 사소한 일로 여겨졌다면 큰일이다.

▷작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2.0%까지 내린 뒤 8개월째 동결했다. 하지만 일반 가계는 저금리의 혜택을 그만큼 누리지 못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07년 평균으로 CD금리 5.16%에 가산금리 1.18%를 더한 연 6.34%였다. 올해 8월엔 CD금리가 2.48%로 2007년에 비해 2.68%포인트 내렸지만 대출금리는 연 5.45%로 0.89%포인트만 내렸다. 은행들이 CD금리 하락에 맞춰 가산금리를 슬금슬금 올린 때문이다.

▷은행 대출금의 80%가 예금 부금 등 예수금(預收金)에서 나오는데 대출금리를 CD금리와 연동하는 것부터가 잘못됐다. CD에서 나오는 자금은 8%밖에 안 되니 은행으로선 CD금리 하락만큼 대출금리를 낮추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가산금리의 변칙 인상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자봉 연구위원은 대출의 기준금리를 CD금리로 하지 말고 예수금 금융채 및 CD 등 세 가지의 금리를 조달비중에 맞춰 가중 평균해 산정할 것을 제안했다. CD금리가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되고 대출기준금리로 자격이 없다면 빨리 바꾸는 게 낫다. 그것은 서민금융 정상화이기도 하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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