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4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서울 여의도의 한 예식장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던 박 전 이사장 부부는 이날 충남 아산시 선문대 잔디광장에서 열린 통일교의 국제 합동결혼식에서 160개국의 7500쌍과 함께 혼례식을 올렸다. 결혼식 장면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다.
박 전 이사장 부부는 이 결혼식 직전에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올해 초 통일교 측의 제안을 받고 (합동결혼식에) 참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통일교에 입문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30여 분간의 통화 내내 통일교의 매력을 강조했다.
박 전 이사장의 종교는 천주교로 세례명은 클라라다. 그러나 불교 신자였던 모친 고(故) 육영수 여사의 영향으로 불교와도 가까운 편이다. 지난해 결혼식 때도 박 전 대통령 부부의 영정이 봉안된 사찰의 주지 스님이 주례를 맡았다. 신 교수는 기독교 계열의 대학에 근무하고 있으나 종교는 없다.
박 전 이사장은 "봉사하는 삶을 동경하던 차에 세계 오지에서 활동하는 통일교 해외 자원 봉사자의 이야기를 접하고 감동해 '초 종교적'으로 동참하게 됐다"며 "통일교의 세계평화와 남북통일 관련 활동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란 진리를 찾기 위한 도구"라며 "코란과 불경, 단군신화를 아우르는 통일교식 성경 해석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체력이 회복되고 주변 상황이 정리되면 통일교의 봉사활동에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남편인 신 교수도 "잇단 (육영재단) 분쟁과 소송을 겪으면서 심신이 피로해 어딘가 의지하고 싶었다"며 "통일교에 대해 선입견이 있었는데, 최근 문 총재의 자서전을 읽고 다른 면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 부부는 서로 의지하며 소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밝히고 "나를 두고 정치적 야심 때문에 박 전 이사장과 결혼했다는 시선도 많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박 전 이사장은 1990년부터 육영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해왔지만 지난해 성동교육청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사장에서 해임됐다. 이후 동생 박지만 씨와는 육영재단 운영과 관련된 이견으로 대립해왔다. 지난해 결혼식 당시에는 언니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박지만 씨가 불참해 가족 간 불화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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