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잘못 썼다가 무너진 회사 부지기수 체계적 인터뷰-평판조회-EQ 측정 통해 적재적소 맞는 사람 골라야 실패 줄여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장이나 임원 등 리더는 말할 것도 없지요. 리더 한 명을 잘못 뽑아 회사가 무너진 사례가 무수히 많지 않습니까?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이 직관이나 연줄에 의지해 주먹구구로 사람을 뽑습니다. 세계 유수의 경영대학원들도 재무나 전략은 가르치지만 좋은 인재를 뽑는 방법은 가르치지 않습니다. 인재를 뽑는 데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론이 필요합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15일 세계 최고의 리더십 컨설팅사 중 하나인 이곤젠더(Egon Zehnder) 인터내셔널의 데미언 오브라이언 최고경영자(CEO)를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1964년 설립된 이곤젠더는 세계 37개국에 63개 사무소를 두고 있다. 주 업무는 다국적 기업에 쓰일 임원급 인재 채용과 리더십 평가 및 관련 연구. 필립스와 IBM, 알리안츠그룹, 로레알, 소니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이곤젠더의 고객이다.
호주 태생인 오브라이언 CEO는 매킨지 컨설턴트 출신으로 1988년부터 이곤젠더에서 일해 왔다.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론은 무엇입니까.
“이곤젠더의 채용 모델은 역할 정의와 구조화된 인터뷰(structured interview), 평판 조회, 감성지수 측정으로 이뤄집니다. 저희는 먼저 고객사가 채용을 요청한 직책을 분석하고, 그 역할부터 정의합니다. 그래야 정확히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을 뽑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채용 대상자의 행동 성향과 인성, 역량을 평가하는 구조화된 인터뷰를 실시합니다.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토대로 채용 대상자의 항목별 계량 평가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통과한 사람은 평판 조회를 합니다. 이전의 동료나 고객에게 해당 인물의 장단점을 물어봅니다. 평판 조회는 채용 결정을 좌우하는 아주 결정적인 단계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요소인 ‘감성지수(EQ)’를 측정합니다. 감성지수가 지능지수(IQ)보다 CEO의 성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학문적으로 증명이 됐습니다. CEO는 사내외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활발히 의사소통하며, 그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EQ가 높은지를 알아내는 방법이 있습니까?
“몇 가지 지표가 있습니다. 첫째, EQ가 높은 사람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봅니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의 80%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높은 EQ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장단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진단합니다.
둘째,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입니다. EQ가 높은 사람들은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잘 읽어냅니다. 이는 특히 많은 부하직원을 거느리는 리더에게 필수입니다.
셋째,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EQ가 높은 사람은 결코 감정에 휩싸여 이성을 잃지 않습니다.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사람은 올바르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인터뷰에서 ‘하우 질문(How Question)’을 사용한다는 말이 나오던데요. 정확히 어떤 뜻입니까?
“저희 컨설턴트들은 ‘어떻게(How)’나 ‘왜(Why)’ 같은 질문을 거듭해 채용 대상자의 진면목이 드러나게 합니다. 이런 질문은 수십 년에 걸친 연구의 산물입니다.
어떤 사람이 ‘전 직장에서 변화 관리를 아주 잘 했다’는 말을 이력서에 써 넣었다고 합시다. 저희는 인터뷰에서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그 일을 진행했습니까’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결정을 어떻게 내렸습니까’ ‘당신은 그 일을 진행하면서 동료들에게 어떤 말을 했습니까’ 등의 질문을 던집니다.
이렇게 하면 채용대상자의 인간성과 역량은 물론, 실제로 본인이 그 일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정도까지 알 수 있습니다. 동료가 한 일을 자기가 한 것처럼 포장한 사람은 구체적 질문에 답할 수 없습니다.”
―채용 대상자의 잠재력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예전에 저희 회사가 세계 각국의 임원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무려 50%가 ‘솔직히 나에게는 채용 대상자의 잠재력을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답하더군요. 잘못된 사람을 뽑는 것은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다른 좋은 사람이 회사를 나가게 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저희는 잠재력을 측정하기 위해 두 가지 척도를 사용합니다. 첫 번째 척도는 학습능력입니다. 학습능력이 높은 사람은 특정 상황에서 얻은 교훈을 다양한 다른 상황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리더십의 원재료(raw material)를 얼마나 가졌느냐입니다. 잠재력이 높은 사람들은 전략적 사고와 통솔력, 야망이란 중요한 재료를 골고루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많은 한국 기업은 글로벌 인재를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은 브랜드 인지도나 근무 환경, 보상 측면에서 글로벌 톱 기업들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한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같은 인재풀을 놓고 싸우게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선진국의 인구구조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미국 등 서구에서는 인구수가 많은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고, X세대와 Y세대가 주역으로 부상 중입니다. 글로벌 사업에서 쓸 만한 인재가 점점 적어지는 이유이지요.
그러나 젊은 세대의 선호를 파악하고 이를 공략한다면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올 수 있습니다. X세대와 Y세대는 지위나 회사 규모보다는 일의 의미와 편안한 직장 분위기에 좀 더 비중을 둡니다. 한국 기업들의 위계질서가 좀 강하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요.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좀 더 열려 있고, 투명하며,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수한 인재를 글로벌 기업들이 독식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3호(10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 Special Report/Creating New Business
기업은 달리는 자전거와 같다. 성장의 페달을 멈추면 곧 넘어지기 때문이다. 성장을 위해서는 기존 사업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면서 새로운 시장과 사업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DBR는 신사업 창출을 고민하고 있는 비즈니스 리더들을 위해 신사업을 추진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체크리스트’와 ‘사업성 평가 방법론’을 제시한다. 또 전문가들이 말하는 체계적인 신사업 기획 방법론을 전한다.
▼ Lecture for CEO/그들에게 우리는 꿈과 열정을 판다
할리데이비슨의 고객들은 할리데이비슨 브랜드 로고를 몸에 새기고 다닐 정도로 충성심이 강하다. 할리데이비슨 탄생 100주년 때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는 고객 동호회인 H.O.G. 회원이 무려 100만 명이나 몰려들었다. 이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든든한 마니아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계웅 할리데이비슨코리아 대표의 생생한 강의를 지면에 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