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야구장 좀 갈아보자” 광주팬의 절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17일 02시 30분


광주야구장은 관중석 수가 1만3400석이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가 열렸던 잠실(3만500석), 사직(2만8500석), 문학구장(2만7800석)에 비해 절반도 안 된다. 관중석이 적은 건 구장이 작아서 그렇다 쳐도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광주구장은 지정석이 1300석으로 전체의 10%도 안 된다. 잠실구장의 지정석이 9000석인 데 비하면 턱없이 적다. 왜 그럴까.

이곳을 홈구장으로 쓰는 KIA 구단의 설명을 들으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지정석은 일반석보다 값이 더 비싼데 지정석을 늘려 돈을 더 받으면 욕먹기 딱 좋을 정도로 시설이 낡았다는 것이다. 지정석을 늘리고 싶어도 ‘양심상’ 그럴 수 없다는 얘기다. 광주구장은 1965년 지어져 올해로 44년이 됐다. 이런 곳에서 16일 프로야구 최대 축제인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렸다. 일반석이 대부분이다 보니 팬들은 표를 예매하고도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방문 팀 SK 김성근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이런 데서 해야 된다는 게 말이 되냐. 참 서글픈 일”이라고 말했다. KIA 조범현 감독도 “12년을 기다린 홈 팬들을 좀 더 크고 좋은 야구장에 모셔야 하는데 표를 못 구해 돌아가는 팬이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12년 만에 한국시리즈가 열린 광주구장 안팎에는 돔구장을 지어달라고 광주시에 요구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팬들은 “돔구장 아니라도 좋다. 야구장 좀 새로 짓자”고 했다.

광주=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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