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종시 원안 수정 방침에 야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여권 주류 일각에서 ‘세종시 수정 회의론’이 서서히 퍼지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모든 야당이 반대하고 여당 내 50여 명의 친박(친박근혜)계 의원까지 계속 반발할 경우 세종시 관련법 개정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아직 대다수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은 행정부 분산이 행정 비효율을 초래하기 때문에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으면 국가적 토론과 합의를 거쳐 최종 계획을 확정해야 한다는 기본 방향에 대해서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불안감이 없지 않다. 자칫 세종시 논란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지고 여당이 분열되는 상황이 오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서울의 한 재선 의원은 5일 “박 전 대표의 ‘원안 플러스알파’ 발언 이후 여론도 안 좋아지고 야당과 친박계의 반대를 뚫고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도 어려워진 것 아니냐”며 “이러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 이후 빚어진 ‘쇠고기 정국’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현 시점에서 정치 논리를 완전히 배제한 채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는 순진한 발상”이라며 “2012년 이후에나 입주가 시작될 일에 정권의 명운을 걸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일단 원안대로 추진하고 자족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대안을 찾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당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에선 연일 세종시 문제로 친이와 친박 의원들 간의 날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디어법 처리 때도 이런 당내 갈등은 없었다. 친박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원칙과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친이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오락가락 원칙에 정권이 흔들리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당 일각에선 “이러다 분당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중립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세종시 문제로 친박과의 불안전한 동거가 깨지면 앞으로 이 대통령은 어떤 정책도 추진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며 “어차피 정부의 수정안에 대규모 정부 부처 이전 계획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면 발표 이전에 ‘원안 추진’을 선언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