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먹이까지 동원 탈북자 보험사기단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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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10여개 가입후 위장사고
1억여원 챙긴 20명 적발


2008년 3월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일용직노동자 송모 씨(42)는 2006년 중국에서 데려온 탈북자 부인 이모 씨(35)와 세 명의 자녀들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왔다. 넉넉지 않은 살림 때문이었다. 어느 날 같은 병실에 입원한 환자들로부터 귀가 솔깃해지는 얘기를 들었다. 보험만 잘 이용하면 병실에 가만히 누워서도 하루에 3만 원씩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퇴원한 송 씨는 부인 이 씨에게 이런 사실을 전하고 “주변 탈북자 가운데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라”고 넌지시 귀띔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가족과 지인들을 태운 차를 타고 서울과 경기지역을 돌며 경미한 사고를 낸 뒤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는 방법으로 삼성화재해상보험 등 12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과 합의금을 합쳐 총 1억 원에 가까운 돈을 챙긴 송 씨와 정모 씨(48·무직)를 구속하고 송 씨의 부인 이 씨를 비롯해 이를 도운 13명의 탈북자와 조선족 1명, 내국인 4명, 개인병·의원 의사 7명을 입건했다.

송 씨는 탈북자들이 특수한 신분 때문에 서로 강한 유대감을 가져 비밀을 유지하기 쉽다는 점을 악용했다. 그는 함께 가담하기로 한 탈북자들로 하여금 2008년 10월부터 2009년 7월 사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10여 개에 집중 가입하도록 하고 이들을 자신의 쏘나타 승용차에 태워 정차한 앞차를 들이받거나 자신들끼리 가해자 피해자로 나눠 경미한 사고를 냈다. 보험금을 더 타내기 위해 이들은 자신의 1세, 3세 아이까지 서슴없이 차에 태웠다. 이런 방법으로 한 번 나설 때 7명까지 동승했고 사고 건당 한 명이 100만∼300만 원의 돈을 챙겼다.

꼬리를 밟힐까 두려워한 송 씨 부부가 사기행각을 그만두려 하자 송 씨 등의 소개로 사기에 가담한 탈북자 강모 씨(28·여) 부부는 직접 중고차까지 마련해 새로운 탈북자 가족을 끌어들였다. 경찰은 “한 달에 30만∼50만 원의 정부보조금을 받는 탈북자들이 월 60만 원에 가까운 보험료를 내가며 사기에 가담했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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