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무상원조 중점협력국 국별지원전략(2009∼2011년)’은 19개 대상국에 맞춤형 원조를 제공해 원조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오준 외교통상부 다자외교조정관이 23일 브리핑에서 “공적개발원조(ODA)의 양뿐 아니라 질을 높여야 한다”고 밝힌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한국은 2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별회의에서 원조 선진국들의 위원회인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이 확실시되지만 아직 진정한 원조 선진화를 실현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한국의 DAC 가입을 위한 실사단은 6월 한국을 방문해 △ODA를 통합 추진하는 시스템과 법의 부재 △원조에 조건을 달지 않은 비구속성과 대가 없는 원조인 증여율의 부족 등으로 한국의 원조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 통합되고 일관된 원조 전략으로
정부의 ‘중점협력국 지원 전략’은 여러 기관에서 ODA를 집행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줄이고 일관된 원조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현재는 25개 부처와 기관이 공동의 전략 없이 ODA를 진행하고 있어 중복 시행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중점협력국 지원 전략’은 원조를 받는 국가의 빈곤 현황과 한국의 지원 현황, 이에 대한 평가와 교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원조를 받는 국가의 특징과 지원 현황, 전략을 통합 관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통합 시스템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ODA 기본법’ 5개를 바탕으로 국무총리실 소속의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부처별 ODA 정책을 조정하고 심의, 의결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 적은 나라에 적재적소 지원
정부는 네팔과 볼리비아 등 무상원조 협력 대상 56개국 중 19개국을 중점협력국으로 특화했다. 많은 나라에 해당국의 필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작은 규모의 원조를 나눠 먹기 식으로 집행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반영한 결과다.
DAC 국가들은 원조 받는 나라의 개발계획을 원조 전략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 전략도 원조 받는 나라의 경제개발계획을 제시하고 지원 방향과 목표를 설정했다.
다른 선진국의 원조 경향을 고려한 원조 전략도 특징이다. 캄보디아의 경우 미국 등이 민주주의 확산과 사법 개혁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을 감안해 정부는 한국의 빈곤 타파 경험과 경제성장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DAC는 다른 공여국들과 원조가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 나라별 원조 전략, 업그레이드 진행 중
정부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중점협력국 가운데 우선적으로 몽골과 에티오피아, 스리랑카를 대상으로 맞춤형 원조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세 나라에 대한 새로운 원조 전략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의 맞춤형 원조 전략이 아직 DAC 국가들의 국가지원전략(CAS)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DAC 국가들은 유상과 무상원조 전략을 통합하고 원조 받는 나라와 긴밀히 협의해 원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 전략은 무상과 유상원조 전략이 따로 수립되는 데다 3∼5년 일관되게 지원할 구체적 계획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민간단체 ‘ODA 워치’ 대표인 이태주 한성대 교수는 “원조를 받는 국가와 구체적 협의 없이 전략을 세우는 점도 한계”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정부가 추진 중인 몽골의 새로운 원조 전략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발전 지원, 농축산 분야 발전 지원’으로 다소 모호하게 설정된 현재의 원조 목표에서 벗어나 지나친 개발로 후유증이 심각한 수도 울란바토르에 대한 △폐기물 처리 지원 △빈곤층이 밀집된 게토 개선 등 구체적인 사업을 몽골 정부와 협의해 진행하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방적인 원조에서 벗어나 원조 받는 국가의 오너십(ownership)을 존중하고 해당국의 발전 전략과 연계해 원조 효과를 극대화해야 진정한 원조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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