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민호]관광산업, 제조업처럼 ‘명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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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3시 00분


중국인 왕모 씨 가족은 2020년 11월 24일 대한민국 입국장을 나오는 순간 2000만 번째 외국인 관광객으로 선정돼 기념촬영을 한다. 40대 가장인 왕 씨는 직장인으로 대학 졸업 후 중국계 글로벌 기업에 근무하면서 휴가 때면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자주하는 편이다. 왕 씨 가족은 한국과 중국의 무비자 협정으로 간단하게 입국 심사를 마친 후 바로 두바이에서 투자한 7성급 한옥호텔에 투숙했다.

규제 풀고 지원 강화하는 정책을

간단하게 휴식을 취한 이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면세점에서 다양한 브랜드 상품의 쇼핑을 마친 뒤 세계의 미식가가 즐겨 찾는 레스토랑 거리에서 입소문으로 들은 적이 있는 불고기식당을 찾는다. 와인과 사케를 누르고 세계의 명주로 등극한 막걸리를 마시며 세계인이 가장 방문하고 싶어 하는 국제도시 서울에서 하루를 보냈다.

이들은 다음 날 지방의 리조트휴양지로 이동해 친환경 공간이며 세계적인 테마공원인 애니콜랜드에서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귀국했다. 한국인의 따뜻한 친절과 안전한 치안 체계에 상당히 감명받은 왕 씨 가족은 다음 휴가에는 차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한국의 자동차 왕국을 방문하기를 기대한다. 한국이 바라는 2020년 관광산업의 미래상이다.

정부는 제3차 관광산업경쟁력 강화회의에서 44개 세부 실천 과제를 담은 한국관광선진화 전략을 발표했다. 2020년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현재의 3배 수준인 2000만 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전략은 여러 관광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데 급급해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많은 문제점을 간과하고 있다.

새로운 세부 과제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오래전부터 관광산업 발전을 가로막아온 숙박시설 건축기준과 면세점 허가기준 완화, 복합형 관광지 제도화와 같은 규제해제 차원의 접근과 더불어 숙박시설 융자지원, 국민휴양촌, 관광콘텐츠 발굴과 같은 지원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관광산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관광산업은 제조업과 다른 몇 가지 특색을 갖는다. 하나는 다른 산업보다 투자 위험부담이 높다는 점이다. 관광은 필수품이라기보다 사치품에 가까운 산업이므로 경제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다. 또한 기술 개발로 인한 특허권이 없고 진입 장벽이 낮아 무한 경쟁에 노출돼 있다. 관광산업에 대한 세계인의 안목이 현격히 높아짐에 따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인력과 주기적인 재장치가 요구되며 이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재투자 비용의 증가는 관광산업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한국이 삼성전자의 애니콜,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와 같이 제조업에서는 세계적인 명품을 많이 생산했으나 대표적 서비스업인 관광산업에서는 많은 관광자원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막연한 장밋빛 환상에 대해 일선에서 사업을 하는 많은 분이 우려한다.

마카오와 헝가리의 성공과 실패

제조업에 비해 차별적인 규제를 해제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관광산업은 고속성장하는 데 많은 한계가 있다. 국내 관광산업은 외국인 관광객 입국자와 같은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 1인당 소비규모, 관광 종사자의 급여 같은 질적인 면에서도 발전하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국면이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고 발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노력에 따라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헝가리의 경우 관광산업이 소폭 성장하다가 오랫동안 정체 현상을 보였지만 마카오는 적극적인 관광정책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 관광산업의 한계를 극복해서 희망대로 미래에 관광대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조민호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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