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제도개선 연구팀이 내놓은 외국어고 개편안에 대해 외고 교장들은 “함정을 파놓고 한번 지나가 보라는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전국외고교장단협의회는 다음 달 1일 오후 2시 서울 이화외고에서 임시 긴급총회를 열고 반대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당초 27일 공청회에 맞춰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미뤘다.
○ 강력 반발하는 외고 교장들
최원호 대원외고 교장은 “학생 수를 줄이면 학교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최소 경비를 마련하기가 어렵다”며 “제1안도 사실상 외고 폐지안”이라고 강조했다. 사립 외고는 정부에서 ‘재정결함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 일반계고보다 수업료를 더 받아 학교를 운영한다. 그러나 일반계고보다 수업료를 3배 이상 받을 수 없도록 제한돼 있어 학생 수가 줄면 운영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제도 변화에 상관없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계속 지원을 받는 공립 외고에서는 제1안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홍림 성남외고 교장은 “지금도 수준별 수업을 하기 위해 30명인 한 반을 15명씩 쪼개 진행하고 있다”며 “수월성 교육을 하려면 학생 수를 과학고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정부에서 사립학교에 지원을 해주지 않을 것이라면 등록금 제한을 풀어줘야 한다. 교육 프로그램이 좋다면 등록금이 올라도 수요는 충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2안은 공사립 모두 반대였다. 외고 교장들은 “이미 지난 전국외고교장협의회 성명서에서 일반계고나 자율형사립고 전환에 반대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고 일축했다. 최이환 과천외고 교장은 “법인전입금 부담이 큰 데다 선발도 추첨으로 해야 하는 자율고로는 절대 전환할 수 없다”며 “다만 국제고 전환은 차선책으로 연구해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외고에 선발권을 주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이 문제는 거의 건드리지 못했다”며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외고에 선발권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바꿔가겠다”고 밝혔다.
○ 외고 인기, 양극화 가능성
외고가 경쟁력을 유지한 원천은 교육 당국에서 몇몇 학교에만 허용한 학생 선발권이었다. 그러나 내년에 자율형사립고가 문을 여는 것을 비롯해 학생 선발권을 가진 학교가 늘어나면서 이미 외고 인기는 주춤한 추세다. 이달 접수를 마감한 경기지역 외고 경쟁률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다음 달 학생을 모집하는 서울은 이보다 더 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 강남이나 목동 학원가에서는 외고 시장은 이제 끝났다고 보고 초등전문 학원이나 대입 컨설팅으로 업종을 바꾸려는 학원도 눈에 띈다. A학원 관계자는 “외고 수요가 아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선택항이 늘어 ‘묻지마 외고 지원’이 줄 것은 틀림없다. 다른 학교도 있는데 외국어 수업을 82시간이나 들으려는 학생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외고는 ‘검증된’ 학교이기 때문에 인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B학원 관계자는 “입시 시장에서 자율고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3년 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며 “외고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진행될 수 있다. 도태하는 학교도 나오겠지만 살아남는 외고는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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